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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제0호>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개정안에 한 동안 관심이 높았다. 법의 핵심적인 내용인 허위 · 조작보도 시 언론사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놓고 찬,반이 첨예하게 다투는 법안이다. 가짜뉴스가 범람해 언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요즘에 눈에 띄는 소설이 있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거장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 (열린책들, 2018) 가 그것이다.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가짜뉴스를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미디어 종사자들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이 시대의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제0호』의 작품 배경은 1992년 밀라노의 한 신문사이다. 대필 일을 전전하던 콜론나가 막대한 자.. 2024. 4. 10.
김수정의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사람을 빌려 사람을 읽는다 ‘책 대신 사람을 대출해서 읽는다.’라는 특이한 책이 있다. 김수정의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달, 2009)가 그것이다. 작가 김수정은 방송작가로 시작하여 바깥 세상이야기를 만드는 1인 PD로 여러 나라 사람들의 삶을 우리에게 소개해 오고 있다. 그러던 중 2008년 영국에서 개최된 ‘리빙 라이브러리 (Living Library)’에 독자로 참가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 사람들에 대한 휴먼 에세이이다. ‘리빙 라이브러리’란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대신 ‘사람’을 빌린다는 것이다. 독서목록을 보고 읽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서 대출하여 그 사람과 마주앉아 자유로이 대화를 통해 인생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 컨셉의 창립자인 로니 에버겔은 “서로 잘.. 2024. 4. 9.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의미 있는 삶 발자크의 작품에서는 결코 세상을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추한 현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라스티냐크가 “이 세상을 사람이 한 발만 담그면 목까지 빠져 버리는 진흙탕의 바다, 세상에는 비속한 범죄들만 저질러진다! ”(p.357)라고 생각한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너무나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이동렬 옮김, 을유문화사, 2010)을 다시 읽어본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보케르 하숙집과 하숙인들의 묘사는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발자크는 모든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살아온 배경, 현재 처한 상황, 심지어 건강 상태와 주거 환경까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사실주의 작가라 일컬어 지기도 한다. 오.. 2024. 4. 8.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죽음 안에서의 사랑 생각하기에 따라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고,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전혀 지루하지 않는 책이다. 소설에는 삶과 죽음의 얘기가 나오고, 새로운 일과 희귀한 일, 철학적인 토론이 많이 나온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윤순식 옮김, 열린책들, 2023)은 읽기가 어렵지만 매력적인 책이다. 요양원의 환자들은 자신들이 떠나 온 세상을 ‘저 아래’라고 부르며 그들만의 관습과 시간 관념을 기준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모든 유형을 집약해 놓은 인간 세계의 축소판을 그려내고 있다. 깊이 있는 통찰과 등장 인물들의 대화, 토론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토마스 만(Thomas Mann)은 1875년 북독일 뤼베크에서 태어났다. 1896년경 뮌헨 공과 대학에서 청강하며 슈토름, 헤르만 ..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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