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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마의 산>

by 글 쓰기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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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안에서의 사랑

 

 

 

 

생각하기에 따라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고,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전혀 지루하지 않는 책이다. 소설에는 삶과 죽음의 얘기가 나오고, 새로운 일과 희귀한 일, 철학적인 토론이 많이 나온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윤순식 옮김, 열린책들, 2023)은 읽기가 어렵지만 매력적인 책이다. 요양원의 환자들은 자신들이 떠나 온 세상을 저 아래라고 부르며 그들만의 관습과 시간 관념을 기준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모든 유형을 집약해 놓은 인간 세계의 축소판을 그려내고 있다. 깊이 있는 통찰과 등장 인물들의 대화, 토론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토마스 만(Thomas Mann)1875년 북독일 뤼베크에서 태어났다. 1896년경 뮌헨 공과 대학에서 청강하며 슈토름, 헤르만 바르, 헨리크 입센 등을 탐독했고, 직접 짐플리치시무스지를 편집하기도 했다. 1903년 첫 장편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저서로는 토니오크뢰거, 트리스탄, 비정치적 인간의 성찰등이 있다.

 

 

인간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고민 속에서 사랑의 관계를 탐구한다.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스키를 타다가 눈속에 조난된다. 거센 눈보라를 만나 방향을 잃고 눈밭에 쓰러져 잠들어 꿈을 꾼 다음 태도를 바꾼다. “사랑은 죽음에 대립하고 있으며, 이성이 아니라 사랑만이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이다.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다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어 주어서는 안 된다.” (P.중권 479~480) 죽음의 공포를 알게 된 카스토르프는 사랑을 노래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죽음의 공간에서 거꾸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삶과 죽음의 대립적 인생관을 극복하여 대립에 지배당하지 않고, 역으로 대립을 지배하고 전진하는 것이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 방식임을 강조한다. 이는 토마스 만이 독일의 낭만주의적인 죽음과의 공감에서 민주주의적인 삶에 대한 봉사로 전환하게 되는 그 당시의 저자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소설은 어쩌면 토마스 만의 정신적 삶의 궤적을 기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시간 감각에 대한 개념이 독특하게 진행된다.

“3주란 이들에겐 하루와 같은 거야.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여기서는 사람들의 개념도 변해 버려.” (p.상권 21) 사촌 요아힘은 말한다.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의 체험은 매일매일 똑같은 생활을 계속함으로써 마비되어 있고, 생활 감정 자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사실 생활의 단조로움으로 인해 생겨나는 시간의 병적인 단축이다. 그러한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 때문에 커다란 시간 단위는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조그맣게 수축되는 것이다. 어느 하루가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라면 아무리 긴 일생이라 하더라도 아주 짧은 것으로 느껴지고, 부지불식간에 흘러가 버린 것처럼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익숙해진다는 것은 시간 감각이 잠들어 버리는 것이며 희미해지는 것이다. 이 요양원에서의 시간 단위는 하루나 일주일 개념이 아니라 몇 달 혹은 어느 계절의 개념으로 작용한다.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3주간 머물려했던 것이 무려 7년을 이 요양원에서 보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설에서 나프타와 세템브리니 사이의 논쟁은 백미로 지적 능력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둘의 논쟁은 격렬하지만 기지가 넘치고 세련되어 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쏙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철학적인 사유의 세계로 인도하게 만든다. 계몽주의자 세템브리니와 중세적인 세계관의 소유자 나프타의 토론에 귀 기울리면서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성장해 나간다.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의 의식화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이 이념의 각축전을 벌이는 형상이다. “정의가 신성한 개념인가? 정의가 그렇게 숭배할 만한 개념이란 말인가? 신과 자연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총아(寵兒)가 있어.” (p.하권 401) 나프타는 각자에게 제각기 어울리는 것을 부여하려는 정의인지, 모든 자에게 같은 것을 부여하려는 정의인지 알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실제로 토마스 만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형 하인리히 만과 독일 제국에 대한 평가, 전쟁에 대한 입장, 문학의 사명 등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차 대전 이전 독일 사회의 정신적 근거로 볼 수 있는 점들을 등장 인물들의 논쟁 속에서 적절히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평범한 한 청년이 죽음에 애착을 느꼈다가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정신적인 변화의 작품이다. 토마스 만의 작품 세계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1924년 발표된 이 작품은 올해로 출간 100주년을 맞는다. 독일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한 작품이다. 주요 장소인 요양원은 1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한 병든 유럽을 상징하여 유럽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인지 모른다.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 ” (p.하권 451)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의 보리수를 흥얼거리는 속에서 저자는 말한다. 죽음의 축제와 사악한 불길 속에서 사랑이 샘솟는 날이 올 것이라고. 소설을 곁에 두고 읽으면 읽을수록 토마스 만의 사상적 철학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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