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교감
대구 김종협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지와 오해 때문에,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보지 못하고 있다.” (p.20)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2017)에 나오는 말이다. 소로우는 말한다. 삶을 흐르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의도한 대로 살아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삶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회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 끝날 무렵이면 후회하거나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그런 어리석은 자의 인생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유용한 꿀팁을 전해주는 책이라 다시 읽어 본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1817년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 졸업 후 측량일이나 목수일 등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글을 썼다. 1854년에 출간된 『월든』은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고,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시민의 불복종』,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 『겨울의 산책』 등이 있다.
소로우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모든 점에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2년간에 걸쳐 시도한다. 저자는 월든 호숫가에서 관찰한 자연을 정확히 묘사하고, 독서를 통한 사색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한다. 소로우는 개미들의 싸움을 마치 인간들의 전투처럼 지켜보며 고통스러워하고, 봄을 맞이해 녹아내리는 모래 둑을 바라보며 자연과 하나인 인간을 발견한다.
먼저 소로우는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를 말한다. “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 였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개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p.138~139) 저자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자 한 것이다. 은둔자의 삶은 아닌 사회적 삶에서 떨어져 사회를 좀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보려고 했다. 단순한 삶과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통해서, 인간이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실험을 행한 것이다. 다른 면에서는 소로우는 단순한 삶을 통해 당시의 물질적이고 산업화된 비인간적인 면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로우는 자연에 둘러싸인 채, 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았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갈 때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지 관찰을 통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사는 통나무집의 열린 창문으로 새들이 드나든다. 밤이면 쏙독새와 부엉이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든다. 여름에는 집 밖에서 식사를 하고, 숲에서 앉아서 또는 호수 위에 둥둥 떠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자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순수하고 자애로워서 우리에게 무궁무진힌 건강과 환희를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봄이 온 것이 마치 혼돈에서 우주가 창조되고 황금시대가 실현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부드러운 이슬비가 한번 내리면 풀밭은 한층 더 푸르러진다. 우리 역시 보다 훌륭한 생각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전망도 훨씬 밝아지리라.” (p.463) 숲 생활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소로우의 마음가짐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당시에는 에머슨 같은 초월주의자들이 유행했다. 산업화의 부작용인 물질주의와 현실주의를 초월해 개인의 영적 상태에 집중한 흐름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은 노예 제도와 국외적으로 멕시코 전쟁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자연에 대한 사색과 윤리의식에 맞추어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로우는 세금을 통해 정부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해 인두세를 내지 않아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정의롭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는 평화롭게 불복종해야 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 사상은 마틴 루터 킹의 흑인 운동과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 않다.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p.484~485) 우리의 인생은 만족할 만한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면 소로우의 이 책을 접해보시라 깊은 감명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당시의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외침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 왜 당신네 미국인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군인들 말만 듣고 소로우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