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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by 글 쓰기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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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선택

 

 

 

수레바퀴 아래서(김이섭 옮김, 민음사, 2023)1906년에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자서전적인 소설로 청소년 시절의 체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답답한 전통과 권위에 맞선 어린 소년의 방황과 저항을 통해 기성 사회에 비판을 가한다. 헤르만 헤세 역시 어린 시절 엄격한 신학교의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수레바퀴 아래 깔린 존재로 살 것인가 아니면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운명을 선택할 지를 우리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든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1877년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칼브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신학자 집안에서 자란 헤세는 명문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뛰쳐나온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은 채 신경쇠약, 자살 시도 등으로 혼돈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1899년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과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한다. 1904년 처음 쓴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가 문학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저서로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등이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된 당시에는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수단으로 이루어지던 독일 교육 전반에 대한 비판 의식이 확고히 자리했던 시기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독일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그 해결책으로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적 교육 체계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규율만 강조하는 학교생활과 편협한 사고에 갇힌 학생들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인정하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학 분야에서도 그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권위적인 부모나 기성세대가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청소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해악을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주인공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 기벤라트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 주기만을 강요하는 편협한 사고를 지니고 있다. “그의 정신적인 역량은 엄격하게 한계가 그어진 타고난 교활함과 계산적인 술책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의 내면 생활은 속물적이었다.”(p.10) 이와는 반대로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는 소년 한스를 호의가 넘치는 인도자의 손길로 대한다. “너만 한 나이에는 바깥 공기도 실컷 마시고, 운동도 충분히 하고, 편히 쉬어야 하는 법이라고. 도대체 뭣 때문에 방학이란 게 있는 줄 아니?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저 공부나 하라는 건 줄 아니?” (p.80), "당신이나 나, 우리 모두 저 아이에게 소홀했던 점이 적지 않을 거예요.“ (p.262) 아버지는 위로는커녕 아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만약에 아버지 기벤라트와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가 서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식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원하는 바를 도와주는 것에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토끼 기르는 것을 좋아하고 낚시하는 것을 취미로 삼은 총명한 한스가 왜 일찍 죽음으로 치딛게 된 이유가 뭘까? 꼭 신학교의 교장 선생과 교사 및 목사 등 주변 사람들의 몰이해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절대적인 원인일까? 주인공 한스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스는 외부에서 주어진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나약하고 순응적인 존재이다. 한스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과 자신의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닌다. “난 여기 신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최우등생이 되려고 다짐해 왔어.” (p.140)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p.146) 결국 한스는 타인이 이끄는 수레바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 그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 버린 것이다. 수레바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직접 수레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삶이 온전해질 수 있다. 인간은 외부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창조하며 만들어 나가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속박에서 괴로워하는 싱클레어를 데미안이 나타나 도와주는 것처럼, 수레바퀴 아래서에서도 헤르만 하일너가 등장하지만 한스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수레바퀴 아래서1906년에 출간되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주인공 한스가 겪는 일이 우리 청소년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취미는 고사하고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건강은 뒤전이고 오로지 성적 위주의 치열한 입시 경쟁의 환경이 안타깝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과 기쁨을 얻기 위해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성숙한 삶의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수레바퀴 아래 깔린 인생이 아니라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갈 운명을 개척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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