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식
요즘은 SNS나 유튜브로 쉽게 댓글을 달고 뉴스를 만들어서 배포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뉴스가 사실 확인 없는 편향적이고 악의적인 보도인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형태과 관련하여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23)는 많은 사람이 세상을 오해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본능 10가지를 제시한다. 우리에게 실수를 유발시키는 부정적 본능을 제어하는 구체적인 경험 법칙들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자세히 설명한다. 『팩트풀니스』는 갭마인더 재단 소속의 아들 올라 로슬링과 며느리인 안나 로슬링 뢴룬드와 공동으로 엮은 책이다.
한스 로슬링은 1948년 스웨덴 움살라에서 태어났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이다. 1979~1981년까지 모잠비크 나칼라에서 지역 보건 담당자로 일하면서 콘조로 알려진,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을 발견한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의 구호기구에서 고문으로 활동한다.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 국제 그룹과 스위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저서로 『통계의 기쁨』, 『겁내지 말 것-인구에 관한 진실』, 『겁내지 말 것-가난 끝내기』 등이 있다.
한스 로슬링 박사는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게 한다. 14개국 약 1만 2,000명에게 질문을 던진다.(2017년 데이터) 마지막 13번을 뺀 열두 문제 중 정답을 맞힌 문항은 평균 2개였다. 만점은 한 명도 없었고, 무려 15%가 ○점이었다. 교육받은 사람 또는 그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좀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전 세계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저명한 과학자, 투자은행 종사자, 다국적기업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의 고위 관리자도 있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지만 절대다수가 오답자였고, 그중 일부는 일반 대중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 특히 몹시 참담한 결과는 노벨상 수상자와 의료계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요컨대 지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가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p.21) 오해가 심각할 뿐 아니라 체계적이기까지 했다는데 저자는 크게 놀란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세상의 팩트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느낌을 사실로 착각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 본능을 제시하여 설명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할 때 자신의 직관적인 세계관에 의존한다. 비합리적인 본능으로 세계관에 오류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하게 된다. 10가지 비합리적인 본능 중에서 언론 보도와 관련 있는 ‘부정 본능’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뉴스나 소셜미디어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정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이 비관적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언론과 활동가들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극적 상황에 의존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p.103), ”긍정적인 소식은 차고 넘치지만 그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p.104) 문제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것들은 항상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뉴스를 볼 때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뉴스를 볼 때 우리가 세계를 매우 위태롭게 생각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인 인식은 결국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식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종류와 출처를 고려해서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부정적인 뉴스를 선호하는 본능(부정 본능)이 꼭 언론의 자극적인 뉴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부정 본능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정 본능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니까.
저자는 그 밖에도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미래에도 계속해서 진행될 거라는 ‘직선 본능’, 머릿속에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는 ‘공포 본능’ 등을 쭉 설명한다.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것을 억지로 외우고 배울 수는 없다. 사실과 팩트에 기반한 사고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위해 사람들이 통제해야 할 10가지 극적인 본능을 제시하는 것이다.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10가지 본능을 통해 뇌를 훈련하는 것이 핵심이란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오해하고 있다고 본다. 『팩트풀니스』 는 우리의 오해에 숨겨진 명확한 패턴을 제시해 준다. 인간을 거듭해서 극적인 세계관으로 이끄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본능을 10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이처럼 『팩트풀니스』 는 우리에게 매우 위안을 가져다 주는 책이다. 인간의 극적인 본능을 제어하는 구제적인 대안 방법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우리가 아는 사실들을 명쾌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세계관을 교정해 주고, 우리의 인지 과정의 잘못된 부분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준다.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을 만나 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