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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by 글 쓰기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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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서운 고통

 

 

 

소설가 한강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가 화제이다. 이 소설은 2016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이 2016발표 이후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제주도 4.3사건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당시 폭력과 학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흔적과 시간을 추적한 이야기이다.

 

 

한강은 1970년 태어났다. 1993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된다.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소년이 온다등이 있다.

 

 

먼저 느낀 심정은 육체적인 상처와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과 트라우마(trauma)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인선이 손가락 절단 사고로 입게된 고통과 경하의 위경련과 편두퉁의 아픔보다는 4.3사건의 외상이 큰 것임을 알게 해준다. 인선은 어머니 정심이 4.3사건으로 잡혀간 외삼촌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추적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4.3사건의 외상으로 온전하지 못한 어머니(정심)의 모습들을 본다. 인선은 어머니를 이어서 계속해서 4.3사건 이후를 추적해 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고 고통을 끌어안고 계속 나아가겠다는 뚯인지도 모른다.

 

 

눈의 상징성이 독특하다. 소설은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나는 걸었다.” (p.9)라는 경하의 꿈 속 장면으로 시작된다. 눈이 손에 녹아 사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녹아버린 모든 눈은 죽음과 삶 사이에서 내리고, 어둠과 빛 사이에서 내리는 것이다. 눈이 녹는 순간 따뜻함이 사라지고 녹아서 소멸하는 죽음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눈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으니까. 이모가 차마 맨손으론 못하고 손수건으로 일일이 눈송이를 닦아내 확인을 했대. 죽으면 사람의 몸이 차가워진다는 걸. 맨뺨에 눈이 쌓이고 피 어린 살얼음이 낀다는 걸.”(p.84) 차가운 얼굴 위로 쌓인 눈을 한 사람 한 사람 닦아가며 확인했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그 기억을 딸 인선에게 전하지 않았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가 눈 내리는 밤 인선에게서 경하에게로 전해진다.

 

 

의외로 다가오는 것은 소설 중반부에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죽은 앵무새 아마는 살아나서 밥을 먹고, 병실에 있어야 할 인선이 나타나 경하와 마주 앉는다. 인선의 영혼이 와 있는 건지 그렇게 촛불이 달아 없어질 때까지 인선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하에서 인선으로 다시 정심의 모습이 뚜렷해 지면서 3인은 실로 연결된 것처럼 관계를 맺는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밑바닥에 사랑이 있음을 알게해 준다. 고통스러운 것은 사랑 때문인 것이라고. 그래서 아픈 것이라고.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 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311)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무너져 있지만 나아가고 있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4.3사건의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작별하지 않는 어떤 강인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읽다가 느낀 점은 왜 정자체가 아닌 글자를 기울여 놓았을까 한강 작가의 창작 세계와 의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저자의 문장에 더 다가가는 정서적인 마음이 일기도 했다. 5월 광주의 역사적 사실을 소년이 온다에서 쓴 이후 4.3사건의 가슴 아픈 상처를 묘사한 이 책을 접하는 마음은 비통하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떠올리게 된 점은 의미가 있다.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비참함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외상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해 준 책이다. 역사적 사실을 서사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한강 작가만의 문장과 독특한 묘사를 만나서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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