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대구 김종협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p.9)로 시작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전영애 옮김, 민음사,1998) 책을 오래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카프카가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카프카의 『변신』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니까.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부유한 유대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카프카는 독일계 고등학교를 거쳐 프라하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노동자 재해보험국에서 근무했다. 1917년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며 여러 곳에서 휴양함으로 안정을 취하면서 장편소설 『성』 을 썼고, 『배고픈 예술가』를 비롯한 단편도 많이 썼다. 1924년 폐결핵으로 킬링요양원에서 숨을 거두고,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판결』, 『변신』, 『심판』, 『아메리카』, 『시골의사』, 『굶은 광대』 등이 있다.
소설은 먼저 가족주의 해체와 사회적 소외를 다룬다. 가족들의 외면, 여동생의 분노에 찬 저주를 넘어 인간 이하의 발언을 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p.71) 그레고르는 자신이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 가족에게 외면받는 존재에 대한 분노와 항변보다는 세상에서 사라져 주어야 한다는 존재부정의 생각에 이른다.
삶의 방향이 모호해진 인간 존재의 부정, 의지와 상관없이 쓸려가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산업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생겨나는 실존적 불안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변신』은 이런 점에서 가장 카프카의 실존주의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하겠다. 즉 오늘날 세상에 대해 무기력한 현대인의 초상을 대변해 주는 소설이라 보여진다.
제목인 ‘변신’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까? 카프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현대인의 모습은 고독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모두들 ‘변신’을 꿈꾸고 산다.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삶이나 독특한 주인공으로 태어나기를 상상한다. 이런 변신의 꿈은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고,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도 ‘변신’을 통해 그레고르는 비물질적 ․ 정신적인 방식을 갈망하게 되는데, 자유,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의 탈출이 변신의 궁극적 의도인 것이다. 이렇게 변신을 통해 자아 해방의 의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일상 세계로부터의 탈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니, 주인공 그레고르 같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보다는 바쁜 회사 생활만을 걱정하고 사는지 모른다. 일이 모든 것이고 일을 위해 사는 듯, 아니면 부자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것, 성공이 인생의 목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이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
우리에게 어떤 ‘변신’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