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

by 글 쓰기 2024. 4. 19.
728x90
반응형

 

자문(自問)

 

우리는 살면서 선택해야 할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비판적 물음을 통해서 익숙하던 생각의 패턴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검증 과정을 통해 생각의 주인 자리를 찾게 해주는 책이 있다.

독일 철학자 페터 비에리의 2011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강연을 기록한 자기 결정(은행나무, 2015)이 그것이다.

 

 

인생에서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쓴 다분히 성찰적인 요소가 깃든 문장들이 독특하다. 문장 하나하나가 한번쯤 깊이 사유하게 한다고나 할까? 사색할 시간을 던져주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 부동의 동력이 아니다.” (p 11) “자기 인식은 사치품이나 뜬구름 같은 철학적 이상이 아니라 자기 결정적 삶, 더 나아가 존엄성과 행복의 구체적 조건이다.”(p 18),

 

 

책에서 저자는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강연의 내용을 글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하고 있다. 자기 결정의 삶이란 타인의 시선, 사회적 규범, 외부의 강제, 자기 검열 등에 구속받지 않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을 강조한다. “다른 이가 먼저 살아가고 먼저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이 가르치는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지요.”(p 38 )

 

 

저자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라는 막스 프리쉬의 말을 인용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을 통한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저자의 문학적인 재능 때문인지, 제롬 데이비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월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와 같은 문학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영혼을 접하는 것이 자기 인식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문학적 텍스트에 대한 언급이- 필자가 책을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데- 글쓴이가 무엇(주제 선택)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끔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울림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자 한다.” (p 30)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왜 하느냐를 먼저 알아야 한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이유, 주도적 역할을 하게끔 하는 확신이나 감정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페터 비에리는 확실하다고 믿어오던 것들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증거를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 내적 과정의 문이 열려 생각의 정체성이 변화한다.”고 언급한다. 선택의 어려움은 있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이번 선거에서 자문(自問)하면서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플라톤의 대화편 <테아이테토스>을 보면 자문(自問)에 대한 개념이 잘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자기를 "테아이테토스를 위하여 산파 역할을 하는 것이며, 스스로 진리와 지식을 산출하게끔 도와주는 자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지혜와 식견을 판단키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 보기를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질문을 제기하는 철학적 열정과 맞닿아 있다. 분명 읽는 이의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페터 비에리의 이 책으로 갇힌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심정을 느껴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