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복음서의 이야기와 러시아의 여러 민화들 가운데서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을 올바른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사람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훌륭한 문장력으로 표현했다. 그의 이런 단편 작품들은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민중의 가슴에 스며들었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2004)는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고,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책이다.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1844년에 카잔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고향 영지로 돌아와 농노들의 생활 개선에 힘쓴다. 1853년 크림전쟁이 발발하자 장교로 참전했고, 1857년 유럽 여행 후 귀국해서 농노제 폐지와 농민학교를 개설하는 등 농민 계몽에 힘쓴다. 저서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경계한다. 『바보 이반』에서 순수하고 정직한 노동을 하며 탐욕을 부리지 않고 쓸 것을 필요한 자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바보 이반을 통해 교훈을 주고 있다. 『바보 이반』에서는 세 형제의 신분을 모두 다르게 설정한다. 첫째는 장군, 둘째는 상인, 셋째는 농부로 위의 두 형은 세상의 상류계층으로 정치의 권력과 돈의 권력을 각각 상징한다. 그리고 그에 맞서 농사를 짓는 막내 이반이 있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일하고 그 신성한 노동의 결과로 먹고 사는, 그야말로 톨스토이가 꿈꾸고 실천하고자 한 삶이 막내 이반의 삶에 응축되어 있다. “손에 굳은살이 박인 사람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지만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남이 먹고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p.155)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도 자신이 가진 땅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결국 죽음을 맞는 농부 바흠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고 욕심 없는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톨스토이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두 단편 모두는 자족하지 못하는 욕심은 파멸을 가져오고, 진실한 노동이 삶의 가치를 더해준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보여준다.
이 책의 첫 번째 단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위대한 진리는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단 하나의 덕목은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부인이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들을 가엾이 여기며 눈물을 흘렸을 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 염려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p.42)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고통스러운 삶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며 인간은 오직 사랑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네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고, 그 사랑은 이웃에 대한 실천적인 돌봄 가운데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런 진리가 오늘날에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기를 기원해 본다.
톨스토이는 평생에 걸쳐 글과 실천을 통해 진리를 추구했다. 놀라운 지적 능력의 소유자였고 다양한 주제를 섭렵했다. 그중에서도 그의 작품 세계에 나오는 또 다른 테마는 죽음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또 청년 시절에 폐결핵으로 형을 둘이나 잃는다. 젊은 시절 혈육의 죽음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노동과 죽음과 병』의 마지막 구절에도 나온다. “죽음이 늘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때에, 모든 인간이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성적 행동은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을 서로 뭉치고 사랑하며 보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p.159) 그러면 어떻에 해야 하는가. 그와 같은 죽음을 피하려면 현재 살고 있는 죽음 같은 삶을 탈피해야 한다고 톨스토이는 설파한다. 죽음은 결국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 죽음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곧 잘 사는 것이다. 죽음은 초기 작품부터 톨스토이 작품에 등장한다. 데뷔작인 『유년 시대』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다루었고, 『전쟁과 평화』에서도 예외 없이 죽음을 담고 있다.
톨스토이의 철학과 인생관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단편들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고 교훈과 감동을 더해주며 삶의 지혜를 던져 준다. 우리에게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울림을 주는 책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