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대구 김종협
영장류 집단에서 시작된 인류는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 더 나은 것을 찾아 나서고 싶은 열망을 키워왔다. 작은 뗏목에 의지해 드넓은 대양의 수평선을 넘기 시작한 인류의 탐험여행은 이제 우주와 외계로 확장되고 있다. 인류 역사는 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탐험의 연대기였다.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는 우주를 이해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찬 칼 세이건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p.61)라고 말한다.
이 책 「코스모스」는 지구 행성과 태양계, 은하와 우주의 구조와 운영 원리, 최초의 유기 분자와 생명체, 지구 이외에도 지성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있는가?, 우주 탄생과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까지 우주 탐험 역사를 아우르며 근거들을 제시한다.
고대 이오니아 시대의 탈레스, 에라토스테네스, 콜럼버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하위헌스, 뉴턴, 아인슈타인 등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들의 도전을 통해 탐험이 어떻게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과학적 근거를 애기한다. 특히 인간은 왜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의 극단에 서려고 하는지를 여러 관점에서 보여준다. 칼 세이건은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p.387)라고 말한다. 탐험의 동기가 호기심이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단순히 땅을 찾고 정복하는 것을 넘어 과학을 바탕으로 세상의 이치와 원리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인간의 탐험 욕구는 인류 문명사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예를 들고있는 네덜란드와 중국의 비교가 특이하다. 지혜와 꾀에 의존해서 살아야 했던 작은 나라, 네덜란드의 외교 노선은 철저한 평화 정책이었다. 해양 강국과 더불어 네덜란드에서 17세기 초에 개발된 현미경과 망원경은 우리가 원자핵이나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한다. 반면 중국은 1208년경까지 천문학이 절정에 있었으나, 그 이후 엘리트 계층의 경직된 사고와 실무를 외국인 기술자의 손에 맡기는 정책으로 급속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보수 유학자들에 의해 중단되고 한 곳에 안주하다 세계무대의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칼 세이건의 해석이 날카롭다.
보이저 1,2호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천왕성과 해왕성을 방문한 탐사선이다. 과학자들은 보이저 2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라 평가한다. 모든 목성형 행성을 방문하여 행성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엄청난 정보를 과학계에 알려준다. 보이저 2호가 우리에게 보낸
정보 중에는 외행성들 자체의 구조, 구성 물질에 대한 조사, 행성 고리의 존재 여부확인과 새로운 위성의 발견 등이 있다. 또한 이오의 화산 활동 존재, 특히 목성의 갈릴레오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등에 대해 지구로 보낸 상세한 정보는 천문학자와 과학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정확한 설명과 사진으로 눈을 통해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이해의 충만감을 안겨준다.
저자는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p.632)라 말하며 인류가 그 존재 가치를 깨닫기를 원한다. 하지만 지금 인류는 그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핵전쟁이 미친 짓이라고 알고 있지만 국가는 국가대로 핵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그럴듯한 구실을 대고 있다. 현재 지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는 오만한 신입생과 같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p.682) 언젠가 태양의 연료가 소진돼 지구를 떠나 화성, 목성, 해왕성 등으로, 혹은 태양계를 벗어난 성간 우주(Interstellar)로 이동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렇듯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인가?... 우주 탐험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의 삶의 영역으로 다가올 사실들을 이해하는데 이 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새가 없이 앞만 보며 살기 바쁘다. 삶이 버겁고 지칠 때마다 하늘을 보면서 우주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나마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