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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by 글 쓰기 202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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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글쓰기 첫걸음

 

 

나쁜 사람에게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에 이어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있다. 정희진의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교양인, 2021)가 그것이다. 저자가 읽은 27권의 책과 글을 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평을 쓰는 사람에게 창의적 글쓰기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만한 가치있는 책이다. 글쓰기는 삶이자 생계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는 저자가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 글과 글쓰기 여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정희진은 여성학자로 한국 사회의 상식과 통념을 흔드는 치열한 글쓰기를 지속해오고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등의 저서가 있다. “어떤 책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반응, 언급, 평가가 있어야 의미를 얻는다.”(p.12)라며 독자가 없으면, 텍스트는 아무런 맥락을 얻지 못하고 부유한다고 주장한다.

 

서평 쓰기의 첫 번째 훈련은 글의 서두에 한두 줄 정도로 책의 내용을 집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파악해 표현해야 하니까. 육화된 책의 내용을 몸속에서 뽑아내는 작업이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편파적이지 않은 가치는 의미가 없다.”(p.10)라 주장하며, 모든 책이 편협할 뿐 아니라 편협을 기점으로 확장된다고 보고 있다. 정희진은 전압이 높은 책, 자신을 소생시키는 책을 좋아하고, 서평이 많이 쓰이고 비평서가 많이 출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리영희의 대화책을 읽고 쓴 서평을 특히 중요하게 평가한다. “리영희가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추구였고,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기에 그는 나누고 알리기 위한 사명에 평생을 바쳤다.”(p.179) 현재의 제도화된 학문 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리영희 같은 진정성 넘치는 탈식민주의 지식인은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지식인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부여되고 기대하는 지나친 권력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하게 비판한다.

 

 

메이외 공저인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 대한 글은 이 책의 함축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정희진의 관심은 언제나 고통과 몸, 권력과 지식, 젠더와 관계라는 몇가지 주제들로 요약된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몸과 마음에 대하여 명확히 말해준다. ‘장애, 나이, 건강은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가어려운 불가역적인 영역이다. 직접적인 몸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p.66-67) "아프더라도 이해와 돌봄의 인간관계가 지속된다면, 고통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방식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p.68) 저자는 여성이 모두 같은 여성주의를 지향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경쟁과 능력을 재고하는 팬데믹 시대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고 희망하기도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이유로 계몽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p.179)라고 주장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평생에 걸쳐 자신을 알아 가는 과정이다. 즉 자신의 위치를 알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창의적 글쓰기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27편의 서평은 하나 하나가 독특하다. 모든 글들은 텍스트의 내용과 맥락을 치열하게 파악해 내려는 저자의 노력들이 엿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사고방식의 확장과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쓰는 창의적인 글쓰기의 과정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어떤 책을 읽고 달리 해석하는 방식을 배우는 데,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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