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마음?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최신 연구 사례들을 담은 대중적인 책이 있다. 전중환의 『진화한 마음』 (휴머니스트, 2019)이 그것이다. 강아지가 왜 귀여운지 그 주인에게 물어보면, “그냥 보면 귀엽잖아요.” 정도로 대답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우리 생활의 사례들과 함께 하나의 일반 원리로 매끄럽게 설명해준다. 심리학에도 다양한 심리 현상을 하나로 꿰는 통합 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마음이 어떠한 기능을 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는지 탐구한다. 그래서 심리학을 탄탄한 과학으로 진보(진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책의 구성은 1부 진화심리학의 토대, 2부 생존, 3부 성과 짝짓기, 4부 가족과 혈연, 5부 집단생활, 6부 학습과 문화, 7부 응용 진화심리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 진화심리학의 기원, 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2부에서 7부는 생존부터 응용 진화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각 주제에 해당하는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 나간다.
제일 먼저 주요 주제이기도 한 “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저자는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각기 다른 입력 정보에 의해 활성화되는 다수의 특수화된 심리 기제들의 집합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는 행동보다는 진화된 심리 기제(psychological mechanism)가 주된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은 인류가 진화해온 먼 과거의 환경에서 조상들이 직면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이 설계한 심리적 적응들의 묶음이다.” (p.48) 진화심리학은 각각의 심리적 적응이 어떤 진화적 기능을 수행하게끔 잘 조직화하였는지 물음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오늘날 진화심리학을 필두로 많은 진화사회과학자들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진화적 시각으로 분석하여 눈에 띄는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결국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모든 심리 현상을 진화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탐구는 그래서 숭고한 것인가?
또한 저자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진화한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진화심리학자답게 설명한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이라 강조한다. ‘진화한 마음’이란 인간의 마음이 먼 과거의 수렵 · 채집 환경에서 조상들의 번식에 도움이 되게끔 설계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어떠한 목적을 잘 수행하게끔 설계되었는지를 안다면 인간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하나의 일반 원리로 통합해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진화적 시각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뿌리를 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남자의 바람기나 성희롱, 성폭력 등이 왜 일어났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한다면 이를 활용해서 바람기나 성희롱, 성폭력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정과 이성이 왜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서 설명해준다.
저자는 보수 혹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도 진화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가난한 사람들은 왜 보수 정당에 투표할까? 예를 들어 대구 · 경북의 가난한 주민들을 생각해 보면, 저소득층이니까 소득재분배나 사회복지 정책은 진보적으로 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은 갑자기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사적으로 도와줄 인맥이나 혈연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주 진보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성애, 낙태, 혼전 성관계, 동거 등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여 반대할 것이다.
보통 우리는 누군가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서 이런 쟁범들에 대한 찬성/반대가 자동적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보냐 보수냐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은 과거의 수렵 · 채집 환경에서 자신에게 진화적으로 이득이 되었을 입장을 각 쟁점별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왜 대구 · 경북 주민들은 보수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까?, 왜 저소득층은 진보정당보다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을 더 지지할까? ”(p.317) 저자는 ‘못 배워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만끽하게 해준다.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이자 다양한 연구 주제들에 신선함마저 든다.
이 책은 국내 최초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교수가 진화심리학의 기원과 토대부터 그간의 오해와 논쟁 그리고 최신의 연구 내용들을 담고 있다. 가까운 사례까지 한데 모아 정리한 본격 진화심리학 교과서다. “진화심리학은 과학이다. 현상을 설명할 뿐 정당화하지 않는다.”(p.134) 이런 진화적 시각을 통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유용한 길잡이임을 잘 보여준다. 인간의 모든 심리를 진화의 렌즈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는 저자의 설명이 와닿는다. 진화심리학을 들어는 봤는데 정확히 무얼하는 학문인지 궁금하신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