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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by 글 쓰기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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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노력

대구 김종협

 

오랜만에 갖고 있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알마, 2016)란 책을 읽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며 신경정신학자로서 환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환자들의 단순한 병력 기록뿐 아니라 환자 개인의 기억과 감정도 함께 고찰한다. 현실적인 환자 개인에 관심을 집중하는 일종의 임상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미국으로 건너가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활동한다. 주요 저서로는 색맹의 섬, 뮤지코필리라, 환각, 마음의 눈등이 있다. 자서전인 온 더 무브와 칼럼집 고맙습니다, 그리고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가 있다.

 

이 책은 총 42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주로 뇌 기능의 결핍과 과잉에 관한 이야기들로 짜여있다. 3부와 4부에서는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발작적 회상, 변형된 지각, 비범한 정신적 자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각 편마다 뒷이야기라 하여 저자가 만난 같은 증상의 다른 환자에 대한 경험들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병리학적으로 보지 않는다. 내면의 부분까지 파고들어 질병과의 상관 관계를 찾을려고 노력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1부에 제일먼저 나오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다. 지극히 특수한 시각적 인식불능증의 예를 보여준다. 주인공 P선생은 소화전이나 주차요금징수기를 학생들로 착각해 인사하기도 한다.또 손을 뻗어 아내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P선생에게는 음악이 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자신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인지한다. 그리하여 병에 순응하며 끝까지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살아간다.

우리의 존재와 삶을 구성하는 정신 과정은 단순히 추상적 혹은 기계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판단과 느낌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p선생과 마찬가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즉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다면 P선생과 똑같은 결함을 가지게 될 것이다. P선생의 사례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던져진 하나의 경고이자 우화일 수도 있다. “ 판단이나 구체적인 것, 개별적인 것을 등한시하고 완전히 추상적이고 계량적으로만 변해가는 과학이 장차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경고 말이다.” (P.46)

 

또한 저자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애쓴다. 사회에 퍼져 있던 정신 질환에 대한 신경 학계의 자세를 비판하기도 한다. 4부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이야기에서 잘 보여준다. 쌍둥이 형제를 테스트한다는 생각과 연구를 위한 대상으로 삼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려고 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로 지켜보아야 할 따름이다.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신비한 능력 따위는 어쩔 수 없는 사소한 희생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때로는 다르다는 것을 비정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더 좋은 사회가 아닐까... “이리하여 천재소녀에게서 천재성을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다음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런 기묘한 치료법이나 고안해내다니, 도대체 우리는 무얼 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p.347)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반성하게끔 만든다.

 

 

올리버 색스는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할려고 노력한다. "조금 어색한 호칭이지만 환자보다는 듣기가 좋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고객이란 말을 사용했다.“(p.305) 올리버 색스는 고객들의 내면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시인 리베카에서 리베카는 잭슨 증후군의 특징인 폭발적인 기세로 신기한 시적 언어를 중얼거린다. ” ,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p.300) 신경학자로서 저자의 견해가 무엇이든, 적어도 정원에서 본 그녀는 신기하리만치 통일되고 침착한 모습으로 올리버 색스에게 진한 감격을 선사해 준다. 저자의 고객(환자)에게 대하는 열린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감동을 더 안겨주는 듯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은 지금도 미국 대학에서 신경학 분야뿐 아니라 문학, 철학 교과과장에서 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끝없는 영감과 사고의 확장을 넓혀 주는 책이다. 요즘 아침 방송마다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도배가 될 만큼 꽉 차 있다. 신문, 잡지도 건강에 대한 기사가 빠짐없이 게재된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때에 뇌의학의 인식에 도움이 되는 이 책을 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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