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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by 글 쓰기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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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p.9)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 첫 문장부터 마음이 끌려 책을 짚어 들었지만, 결코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력이 있는 책이다.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이난아 옮김, 민음사, 2009)이다. 오르한 파묵은 인생과 소설을 동일시 하는 작가다. 이 소설에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인생의 고뇌를 색다른 구조로 이야기해 나간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이스탄불 공과대학 다니다가 자퇴한다. 소설 쓰기에 전념하여 첫 작품인 제브데트씨와 아들들미리예트신문의 소설 공모에 당선된다. 두 번째 소설 고요한 집으로 1991년 유럽 발경상을 받았고, 하얀 성을 발표하면서 파묵은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오른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저서로는 내 이름은 빨강, , 흑서등이 있다.

 

 

어느 날 아름다운 여학생 자난을 보고 그녀가 들고 다니던 책을 구해 읽은 뒤, 주인공 오스만은 거부할 수 없이 한순간에 그 책에 사로잡힌다. 얼마 지난 후 그 책의 또 다른 추종자이자 자난의 연인인 메흐메트를 만나지만 그는 갑자기 사라진다. 자난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오스만은 그를 찾아 책이 안내하는 새로운 인생을 향해 기나긴 버스 여행을 시작한다.

 

 

먼저 저자는 주인공 오스만을 통해 그가 읽었던 책의 영향으로 끝없는 여행에의 환상을 추구한다. 그것은 새로운 세게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거라는 환상이다. 새로운 인생이란 단지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련 내지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오스만의 여행을 통해서 보면 새로운 인생은 비교할 수 없는 극단적인 순간들을 의미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도 저자는 새로운 인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즉 책의 영향으로 도달하고 싶은 새로운 인생이 어떤 의미인지를 한번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가 가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이기에 독자들의 판단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는 길을 나섰지. 도시마다 여행을 했어. 삶의 표면을 만지며 그 색깔들이 숨기고 있는 것들 속으로 들어갔어. 찾으려 했지. 진실을 찾으려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어.” (p.119)

 

 

또한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터키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터키 사회의 민족 정체성 문제인 오스만 제국이 서구화 과정을 통과하며 치렀던 고통과 국제 이해 관계 속에서의 현대 터키의 문제들을 다룬다. 또한 종말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 문명의 광폭한 버스 안에서 텔레비전의 영상에 몰두하느라 상상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경고하기도 한다. 특히 오르한 파묵은 물질과 정신, 비디오와 문자가 대치하는 경계의 비정함 속에서 신음하는 군상들의 모습을 생동감 잇고 예리한 감각으로 표현한다. “나는 시외로 가는 첫차 안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과 함께, 기차를 움직이는 사람(기관사, makinist)과 영사기를 돌리는 사람(영사기사, makinist)이 우리나라에서 왜 같은 철자의, 프랑스에서 들여온 외래어로 불리는지 생각했다.” (p.306)

 

 

세상과 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알고 싶다면 오르한 파묵의 이 책을 읽어보시라. 인생은 사고가 있고, 외로움이 있고, 사랑이 있고, 슬픔이 있고, 빛과 죽음이, 그리고 있을 듯 말 듯한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해 줄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매력적인 표현이 떠오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반복하는 가장 단순한 일상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현명하게 깨달아 알고 있는 그들은 거리를 달구는 금빛 햇살에 평온하게 녹아 가고 있었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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