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by 글 쓰기 2024. 12. 12.
728x90
반응형

 

좋은 삶이란?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라고 주장하는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가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2019)이 그것이다. 우리의 삶은 불안를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 주장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을 사회적 지위(Status)와 관련된 불안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책의 원제가 Status Anxiety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철학 석사를 받았다. 23세에 발표한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시작으로 우리는 사랑일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등이 세계 20여 나라에 번역되어 독자들을 매료했다. 문학과 철학, 역사, 종교, 예술을 아우르며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에세이로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등 여러 작품이 있다. 실생활을 위한 철학을 지향하는 <인생 학교>를 설립해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 그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 알랭 드 보통이 연구한 불안 해소의 해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해법들을 2000여 년의 역사를 지탱해온 철학, 문학, 종교, 예술 등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설명한다. 경제적 성취 정도에 의해, 즉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위가 구분되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다. 그 시점부터 인간은 새로운 불안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관점을 둔다. 저자는 세상의 눈으로 본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의해 불안이 촉발되는 것으로 보았다.

 

 

불안의 해법들 중에서 소설, , 그림, 희곡, 만화 등 예술작품은 인간의 불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인간은 살면서 숙명적으로 안고 가는 불안을 해소하고, 그 불안의 원인을 비판하기 위해 예술을 창작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예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맨스필드 파크를 읽고 나면 우리는 제인 오스틴이 우리를 끌어냈던 현실 세계로 다시 들어가 그녀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대로 사람들에게 반응하고, 탐욕이나 오만이나 자만을 간파하여 거기서 물러서고, 우리 자신과 남들 안에 있는 선에 이끌리게 된다.” (p.171) 이처럼 예술은 우리 존재의 미약함을 일깨워 한갓 지위 따위에서 오는 불안을 상쇄시켜주고, 불안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술작품은 세상을 더 진실하게, 더 현명하게, 더 똑똑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예술의 역사는 지위의 체계에 대한 도전, 풍자나 분노가 서려 있기도 한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헤미안 정신을 든다. 보헤미안이란 접시, 나그네 인생의 의미를 지닌다. 너무 오늘의 것에만 집착하며 살지 말자는 것이다. 나그네 인생이라고 해서 외롭고 씁쓸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쉴 때에 쉴 줄 알고, 놀 때에 놀 줄 아는 인생이 보헤미안 정신이다. “일부 유명한 보헤미안들은 지배적인 지위 체계 때문에 매우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주류에서 비켜서서 살아가는 것의 역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능이 뛰어난 보헤미안들 덕분에 변덕스럽고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삶의 방식이 진지하고 칭찬할 만한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 (P.355) 버릴 것은 버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보헤미안 정신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GRAND MASTER CLASS 강연에서 알랭 드 보통은 주장한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의 필요 조건으로 첫 째 친구, 우정을 이야기했고 두 번째는 독립된 상태을 들었고, 셋 째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들었다. 특히 두 번째로 필요한 독립된 상태는 보헤미안 정신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독립된 상태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명령하는 무서운 상사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즉 우리는 독립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어딘가의 자그마한 농부라 해도 자기 자신이 주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큰 회사에 고용되어 있다고 하면 그것은 그저 누군가의 노예가 될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용주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는 행복한 삶을 금은보화, 큰 집, 권력같은 것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우정이 필요한 것이며 자신이 독립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임을 강조한다.

 

 

신분 제도가 없어지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취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하지만 기회가 확대된 만큼 실패의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영향은 견디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런 불안의 심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에 이르지 못할 위험에 처했을 때, 그 결과 인정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불안 해소의 해법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멈추고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이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면 뜻밖의 구원과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 공원을 산책할 때 마주하는 나무와 풀들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것들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관대하고 친절하며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철학적인 사유를 바탕에 둔 알랭 드 보통의 이 에세이는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한 번쯤 일깨워 주는 깨달음을 안겨주는 책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