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대구 김종협
‘바다가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자연’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 철학과 교수인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이 흐른다』 (이주영 옮김, 피카, 2023)가 그것이다. 저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그렇게 물결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과 삶, 바다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사뭇 궁금해 진다.
저자는 ‘나답게 사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이 지닌 개성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기울려야 한다. 내게 한 약속,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노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나는 나다워진다. 주변에서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다수에 속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지도 말자. 자신만의 개성을 공들여 키워나가야 한다. 그저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우리 각자가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p.71)
독일 철학자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다른 이가 먼저 살아가고 먼저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이 가르치는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지요.” 자기 결정의 삶이란 타인의 시선, 사회적 규범, 외부의 강제, 자기 검열 등에 구속받지 않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을 강조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은 어렵지만 뿌듯한 일이고 중요한 것이다.
또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소설 속에도 일라이자가 여동생 조지아나에게 충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분별 있는 존재라면 그래야 하듯이 너 자신을 위해, 네 안에서, 너 자신과 함께 사는 대신에, 너 자신의 유약함을 타인의 힘에 기대어 살려고 하고 있어. 넌 네 것이 아닌 남의 노력이나 남의 의지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나갈 방책을 연구해낼 생각도 없니?” 결국 자신을 돕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 것도 오직 나 자신이다. 『모든 삶이 흐른다』에서 저자는 바다의 이야기를 통해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는 자유의 마음가짐을 기르기를 강조한다. 실패해도 모험을 시도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해 계속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끝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나답게 살기를 강조한다. 아무리 인생이 괴롭고 답답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쓴 다분히 성찰적인 요소가 깃든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문장 하나하나가 한번쯤 깊이 사유하게 한다고나 할까? 사색할 시간을 던져주는 것 같다. “ 삶을 이야기하려면 철학 자체, 개념적인 언어는 포기하고 바다를 은유법으로 사용해야만 가능했던 것 같다.” (p.20) 철학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바다를 통해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부드러운 표현들이 신선하고 감미롭게 다가와서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