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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by 글 쓰기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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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실존

 

제정 러시아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려  소설이 있다.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오정석 옮김, 더클래식, 2017)이다. 당시 러시아 사회는 대혼란과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상태였으며 이를 문학작품에 그려냈다. 외투에서는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러시아의 관료제도 때문에 소외당하는 소시민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1809년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에 배우를 지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해 문학으로 전환해 철학, 문학, 역사에 관심을 둔다. 1836년 희곡 감찰관을 알렉산더 극장과 모스크바에서 상연했다. 내무성 관리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상류 사회의 작가들과 교류를 한다. 저서로는 마차, , 광인 일기, 네프스키 거리등이 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정서(正書)를 전담하는 관청 서기로 오랜 세월 동안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베껴쓰는 작업만 해왔다외투가 너무 낡아  이상 고쳐 입을 수가 없어 새 외투를 장만한다.  외투를 입던 그날그는  외투를 입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참가해야만 하는 저녁 만찬에 참석했는데 주인공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만찬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괴한에게 외투를 빼앗기고 매질까지 당한다.

 

 

외투의 상징성으로 대변되는 존재감을 저자는 강조한다. 새로 장만한 외투는 아카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정신적인 포만감을 안겨준다. “마치 결혼이라도 해서 어떤 사람이 옆에 붙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인생의 즐거운 동반자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p.34) 외투는 그에게 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인생의 확실한 목적을 가진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외투를 강탈당한 후 아카키의 존재는 무너진다. 외투라는 사물이 인간의 실존을 압도해 버린다. 낡아빠진 외투나 새 외투는 그 존재의 가치를 공유하지만, 하위직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아카키는 사람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존재로 추락한다. 관청에서 온갖 비웃음을 순순히 참아내면서 이렇다 할 업적 하나 이루지 못한 채 무덤으로 간 아카키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생애가 끝나기 직전까지는 기쁜 손님으로 찾아와서 그의 인생에 잠시나마 활력을 불어넣어 준 외투가 무섭고도 슬픈 상징성을 내포한다.

 

 

고골은 당시 러시아의 부조리한 관료제 병폐를 고발한다. 아카키는 자신의 외투를 되찾기 위해 말단 순경부터 경찰서장 그리고 고관까지 찾아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마지막으로 고위층 인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하찮은 자신의 위치만 확인할 뿐이었다. “지금 자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나 알고 있느냐 말이야. 알고 있어, 모르고 있어?” (p.56) 무관심하고 고압적인 고위층의 고함 소리에 아카키는 거의 실신해서 밖으로 끌려나온다. 인간의 내면에는 얼마나 비인간적인 요소가 많이 숨겨져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지위가 높고 교양 있는 척 하는 상류사회의 사람들의 내면에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야수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저자는 화려한 외관 뒤에 추악한 모습을 숨기고 있는 당시 러시아의 관료제의 허영과 기만을 비판하고 풍자한 것이다.

 

 

러시아 최고의 극작가이며 풍자 작가인 고골이 외투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할까? 외투 한 벌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카키뿐인가?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외투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삶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도스토옙스키가 러시아 문학은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평한 고골의 이 작품을 접한다면 잔잔하고 행복한 전율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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