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대
대구 김종협
코로나-19로 인한 기나긴 어려움 속에서, 이웃간에 관심과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 있다. 누적 판매 40만부를 돌파하며 2022년 가장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2021년 올해의 책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한다. 김호연의 장편소설인 『불편한 편의점』 (나무옆의자, 2021)이 그것이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현실에 닿아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제목에서부터 독특하다.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장소인데,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김호연은 1974년 서울생으로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다.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묘사하고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편 소설로는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가 있다. 영화 『이중간첩』, 『태양을 쏴라』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의 기획에 참여했다.
소설은 교단에서 정년 퇴임한 일흔의 염영숙 여사의 파우치를 찾게해 준 노숙자 독고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야간 알바하는 성필 씨가 중소기업 사장의 운전기사 일을 얻어 그만 두게 된다. 마침 그 자리를 독고가 차지한다. 갓 노숙자를 졸업한 독고는 어눌하고 엉성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나자 독고의 느린 동작과 말더듬은 한층 나아진다. 먼저 출근하여 청소와 진열대 정리와 폐기 상품 정리 등 열심히 일을 해낸다. 이렇게 편의점은 주인과 직원 그리고 손님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재미 있고, 변화를 자극하는 이야기의 멋진 장소가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법인 헤아림, 연대의 시선를 주인공 독고를 통해 얘기하고자 한다. 독고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경청해 주는 자세를 견지한다. 첫 발단은 편의점 사장 염 여사가 노숙자 독고에게 헤아림의 자세로 다가간다. 그러자 독고는 술을 끊고 야간 알바를 승낙한다. 독고는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에게 진심을 담은 칭찬의 응원 말을 던진다. 유튜브에 포스기 사용법 올리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자, 시현은 더 나은 편의점으로 점장이자 정직원으로 승진해 간다. 또한 방에 박혀 게임만 하는 아들과의 갈등을 얘기하는 오선숙 씨의 말을 가만히 듣고 나서는, 아들 좋아하는 삼각김밥과 함께 편지를 써서 올려 두라고 충고한다. 이후 아들은 좀 더 나은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하며 엄마(오선숙)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소설 말미에 주인공 독고도 기억을 되찾아 과거를 떠올린다. 독고는 “내 가족의 해체, 아내와 딸을 잃어야 했던 것은 내 무심함과 오만함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고통 속에서 기억을 잃고 겨우 세상에 눈을 뜨고 나서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연민의 시선을 가질 수 있었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p.238) 정말 독고가 깨닫게 된 것처럼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가 와 닿는다.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케 한다.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 주는 것으로도 위로하고 치유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시선을 그들의 아픔과 애환에 향하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주인공 독고를 통해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어느 인터뷰에서 ”본인은 생활 밀착형 스토리텔러로서 소설가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소설 속에서는 정인경 작가 이야기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너무 추상적인 극보다는 현실에 닿아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살아 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캐릭터들이 부대끼는 정극을 쓰고 싶었다“(p.150) 이는 독자가 소외되지 않는 재미 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정인경의 의도이자 저자(김호연)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편한 편의점』이 모두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기도 한 것인가?
이 책 군데군데에는 저자의 위트 있는 묘사가 두드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오늘 밤은 ‘참참참’이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p.112), 읽는 도중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새로 나온 편의점 신상품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진상을 제이에스(JS)라니 하나 배웠다.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감초인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때로는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만남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도 한다. 사람이 신이 아닌지라 미처 알지 못하는 상대의 진심을 알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전혀 ‘불편한 편의점’이 아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몸의 온기를 따뜻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말보다 직접 차분히 한번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