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채로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꿈꾸며
SF소설가 김초엽과 변호사 김원영이 장애, 과학기술, 미래의 삶이라는 주제로 공동 집필한 책이 있다.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 2021)는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장애인의 몸을 ‘사이보그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이보그란 기계를 몸에 결합하거나 이식한 유기체를 일컫는 말이다. 책은 인간 몸과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지를 묻는다. 과학기술 영역에 깔린 비장애중심주의를 들춰내며 첨단 기술문명이 제시하는 기술 유토피아, 포스트휴먼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초엽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지체장애가 있는 김원영은 휠체어를 탄다.
책은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보청기 하나만 보더라도 기능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과학 기술과 의학이 손상된 신체 기능을 개선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삶에서 기계와 결합하는 일은 결코 매끄럽지 않으며, 어떤 기술은 터무니없이 비싸 소수만이 혜택을 누린다. 분명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청기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을 신경써서 만든다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김초엽은 말한다. “보청기가 숨겨야 할 기계로 여겨진다는 것, 안경은 패션이지만 보청기는 패션이 아니라는 것이 나를 고민스럽게 했다.” (p.119~120)
또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태도가 시혜와 동정으로만 점철되어 있다고 비판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들은 신체적 손상을 장애로 치환하며 이를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온정과 시혜로 뒤덮인 시선들을 경계한다. 그런 기술을 사용하는 당사자인 장애인의 감각, 필요성을 외면한다. “장애인은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가 베푼 온정의 수혜자로 위치한다.” (p.72) 우리 모두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한번 쯤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KT 광고 사례의 내용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AI음성 합성 기술 광고로 농인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광고이다. 초반에는 수어와 한글자막으로 통역이 되었는데,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갑자기 자막이 사라진다. 정작 광고를 보는 청각장애인들은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술을 장애인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 누구를 위한 것인지? 기술 낙관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원영에 따르면, “장애(disability)는 단지 몸의 특정한 기능이 결여(dis-ability)된 상태가 아니라 ‘정상이 아닌 몸’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획득한 일종의 신분(지위)에 가깝다.”(p.155)
한국의 등록 장애인 인구는 2018년 기준 2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퍼센트를 차지한다. 스무 명 가운데 한 명이니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장애 이면에 자리잡은 속사정을 우리는 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치료를 선택하면서도 여전히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여길 것인지 누구도 그 사람의 삶과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든 각자의 모습 그대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