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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작별인사>

by 글 쓰기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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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상상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복제인간 등 인간과 유사한 다른 인간에 대한 탐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이다. 인간의 편의성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이 인간의 육신과 의식을 완전히 대체할까? 상상력을 활용하여 미래적 인간의 탐구와 그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 있다. 김영하의 작별인사(복복서가, 2022)이다.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간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미래 상상을 보여준다. 현재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를 달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책이다.

 

김영하는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1995년 계간 <리뷰>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등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오래 준비해온 대답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1996년 문학동네 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다.

 

 

소설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통일된 한국이다. 휴먼매터스 집에서 잠시 외출 중이던 철이는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들에게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간다. 철이의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느닷없이 수용소로 던져진 철이는 살아남기 위해 기계처럼 흉내낸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수용소에서 복제인간 선이와 휴머노이드인 민이를 만난다. 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은 재생 휴머노이드인 달마를 만나 인간 문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달마와 선이의 논쟁이 명쾌하다. 달마는 의식을 가진 존재들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고통의 근원인 자아가 부재하여 아무런 고통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마는 이렇듯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바다의 물고기이든 하늘의 새든, 그리고 저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들은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p.148) 이에 반해 선이는 기계가 일단 의식을 가진 이상,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과 깊은 수준에서 연결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즉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이든 간에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궁극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다.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p.151)

 

또한 죽음에 관한 성찰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죽음은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죽음은 언제나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첨단 기술의 진보도 답을 하지 못한다. 소설에서 휴머노이드 민이, 복제인간 선이 그리고 휴먼매터스의 창립 맴버이자 철이 아빠인 최진수 박사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선이의 주장이 맞은지도 모른다. 사람 나고 죽는 것은 우주의 질서이며 이는 인과의 법칙에 따라 흘러간다고 한 주장 말이다. “나와 인연을 맺었던 존재들은 빠짐없이 이미 우주의 일부로 돌아갔다. 난 내일을 보지 못할 것이다.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p296~297) 죽음을 피해갈 수 없듯이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피할 수 없는 존재의 숙명인가?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성찰할 거리를 던진다.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인 주인공 철이의 마지막 결정이 눈물겹다. 쇄골의 버튼을 누르면 철이는 구조는 되겠지만, 본인의 개별적 자아는 지워지고 자기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기계 지능의 일부로 영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철이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필멸의 인간과 같이 작별인사를 보내고 죽음을 맞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는 소설 서두에서 언급한 부분과 상통하는 끝맺음이다. “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 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p.9) 자작나무를 응시하며 작별인사를 하는 수미상관법의 묘미인가?

책을 덮고 나서야 사람을 닮은 기계가 아닌 필멸의 인간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저자의 문장력과 서사적 긴장에 감탄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듯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다. 이 무더운 여름 인간을 닮은 미래적 인간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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