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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의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by 글 쓰기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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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많이 줄어든 현상을 목격한다. 정부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했다. 앞으로는 50인 이상 모이는 야외 집회에 참석할 때나 공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선별 진료소와 전담 병원의 격리병동에서 겪은 경험담을 엮은 김동은의 에세이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한티재, 2020)책이 있다. 코로나가 성행할 당시 우리는 마스크 너머로 일상을 일상답지 못하게 살았던 시점에서의 기록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환자 곁을 24시간 지킨 사람들은 바로 간호사였다. 이들은 하루하루 지쳐 갔지만 사명감으로 끝까지 버텼다. 우리는 간호사들의 중노동을 알지 못한다.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또다시 간호사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예전의 메르스 때처럼 곧 잊힐 것이라는 걸 간호사들은 다 안다. 메르스의 교훈을 살리지 못해 이번에도 간호사들은 희생을 강요당한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마저 잊어버린다면 다음 감염병 확산 때는 정말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는 간호사들의 노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지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열악한 간호사들의 노동 환경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에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들려온 간호사들의 절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치킨을 사다달라, 속옷을 세탁해 달라, 컵 라면, 담배를 사다달라는 등의 환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이제 더는 이렇게 못 하겠어요.” 라고 방송 인터뷰에서 하소연하는 어느 간호사의 말에 많이 반성하게 된다.

 

 

확진자의 급증으로 불안하고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막막할 때 대구를 향했던 많은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은 대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대구시의 코로나19 사전 대비는 부실했지만, 다행히도 전국에서 달려와 준 의료진의 헌신,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따라 준 높은 시민의식, 방역 당국의 신속한 대응, 그리고 대구를 염려하고 응원해 준 국민들의 따뜻한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큰 아픔을 겪고 상처받았던 이들이 보내온 위로의 소중함을 대구는 잘 간직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상처를 받는 이들이 있다면 되갚아야 한다. 저자는 강조한다. “대구의 확진 환자들이 입원할 병실이 없어 애태울 때 가장 먼저 병상을 제공해 준 광주의 병상의 연대를 대구는 잊어서는 안 된다.” (60)

 

 

실제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1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사연이 있었다. 하루는 인근 중학교 여학생 두 명이 누님 식당에 찾아와서 손편지를 주고 가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들의 선한 압력이 있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얼마나 천사 같은 행동인가. “안녕하세요. 저는 성명여자중학교의 학생입니다. 요즈음 코로나19 환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버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 학교 학생들도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세요. 언젠가는 이런 상황도 끝날거라 믿어요! 그날이 곧 올 거라고 믿으면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손편지 글)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기특한 일인지 한참동안 받은 손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어린 학생들의 손편지가 상처받았던 대구의 소상공인들에게 위로의 소중함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저자는 이윤 추구의 욕심을 버리고 모든 생명체와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 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탐욕으로 생태계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명을 경시한 결과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지구 생태계가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이 주는 교훈마저 살리지 못한다면 과연 인간에게 미래가 있을까?”, "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도 생태계 파괴가 계속된다면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인간을 위협할 것이다.“ (74) 백신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우리가 얼마나 겸손할 필요가 있는지,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을 소중히 간직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사회의 낙인과 혐오 그리고 차별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낙인과 혐오 바이러스를 함께 퍼뜨렸다. 특정지역, 종교, 성적지향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고, 방역을 오히려 방해했다. “31번 확진 환자가 입원한 대구의료원에 신도들이 몰려가 시위를 하고 있고, 31번 환자는 퇴원을 요구하며 간호사들과 몸싸움을 벌였다.”(68쪽) 경찰이 확인한 결과 소문은 사실무근이었다. 이처럼 낙인찍고 불필요한 거짓 언론은 방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과학자들의 코로나19 분석 보고서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코로나 사이언스』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경계한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인 인포데믹(infodemic)의 부작용은 감염만큼이나 큰 위협이 되므로 이를 차단하면 감염자와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는 삼가해야 하고, 범법자가 아닌데도 코로나19 환자에게 보내는 차가운 시선은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

 

 

이 책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하던 2020년 현장 기록이다. 청와대가 '숨어 있는 우리들의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던 의사 김동은의 첫 에세이집이다. 인간미 넘치는 의사이고 사람의 향기가 나는 의사인 저자가 직접 체험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읽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불편한 삶을 이어온 우리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끔 하는 책이다. 고통스러운 과거도 우리의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가치 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과거의 고통이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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