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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by 글 쓰기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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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랑의 힘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67년 발표한 소설 백년의 고독(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4)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 작품으로 세계 문학사에서 각광 받고 있는 작품이다. 마르케스는 유년기부터 들어온 전설이나 신화로 대비되는 잠재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만의 독특한 문체를 드러낸다. 사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융합시킨 그의 문체가 환상적이다. 이 소설은 몇 세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과 마꼰도라는 허구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까따까에서 태어났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다 중퇴하고, 자유파 신문인 엘 에스펙타도르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된 그는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쓰기도 한다. 저서로는 낙엽,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불행한 시간등이 있다.

 

 

무엇보다 백년의 고독의 중심 주제는 고독이다. 고독은 부엔디아 가문을 지배하는 공통의 문제이며 그 누구도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모든 등장 인물이 고독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부엔디아 가문의 집 자체, 그 안에 있는 가재도구, 화초, 나무들까지도 고독한 존재로 나타난다. 그래서 고독을 피하기 위해, 고독을 향유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거나 강제로 죽고, 결국은 근친 상간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건 재난이야, 저 하늘을 봐, 어제, 그제와 마찬가지로 태양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어봐, 오늘도 역시 월요일이야.” (p.1122) 마꼰도의 설립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도 예외는 아니다. 그도 한동안 멜키아데스 연구실에 칩거하면서 그가 남긴 연금술에 온 시간을 투자하다가 급기야는 홀로 밤나무에 묶여 외로운 인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근친 상간이다. 백년의 고독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가장 깊숙이 내재된 근친 상간에 의한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근친 상간의 내면에 바로 고독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근친 상간으로 상징되는 도덕적 타락은 부엔디아 가문의 몰락을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은 근친 상간이라는 행동을 통해 점점 더 열등한 자손을 낳고 그 결과 부엔디아 가문이 멸망하고 마꼰도가 폐허로 변해 버린 결과를 초래한다. “갓난아이를 엎어놓았을 때 비로소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돼지꼬리였다.” (p.2299) 최후 생존자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는 개미떼에 의해 끌려가는 갓 태어난 아들의 몸믈 보는 순간 멜키아데스 양피지의 표제 글에서 깨닫는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 (p.2303) 백년 동안의 고독의 운명을 타고난 가문들은 영원한 미래까지 반복되지 않는다고 예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부엔디아 가문의 백년간의 고독이 철저히 콜롬비아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바나나 농장 인부들의 봉기는 저자가 태어난 다음해인 1928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노동자 계급의 갈등으로 1928년 바나나 농장에서 자행된 노동자 학살 사건이다. 미국인들이 바나나 농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게 되고,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파업을 하자 정부는 노동자들을 대량 학살하게 된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매스컴을 총 동원해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고, 만족한 노무자들은 모두 가족을 찾아 돌아갔으며 바나나 회사는 비가 그칠 때까지 작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믿게 만들었다.” (P.2157)

마르케스는 라틴아메리카의 근대화 과정에서 있었던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전쟁을 소설 속에서 투영시켜 보여준다. 콜롬비아는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했지만 중앙 집권을 주장하는 세력과 연방제를 옹호하는 세력간에 끊임없는 갈등을 겪게 된다. 100년간 보수당과 자유당의 끝없는 이데올로기 갈등이 벌어지는 역사를 안고 있다. 기득권자가 국민을 탄압하려하고, 자유파 세력들이 본래의 취지를 잊고 권력에 도취되어 비인간화 되어가는 과정들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라틴아메리카의 정세를 보여준다.

 

 

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에서 고독, 근친 상간 그리고 비극적인 역사만을 언급코자 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고독의 모습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치명적 저주로부터 벗어나,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운명을 개척하고자 노력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부엔디아 가문의 문제에서 현재 중남미의 문제로, 나아가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문제점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마르케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랑의 힘을 가지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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