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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글 쓰기 2024. 3. 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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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수꾼

대구 김종협

 

그저께 어느 국회의원실에서 제기한 부끄러운 사학의 자화상이 페이스 북에 올라왔다. 30년된 매트리스, 40년된 변기, 우리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실태이다. 돈이 없는 학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 곳간에 쌓아둔 장학적립금, 등록금으로 충당한 적립금이 수천억이 넘는다.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 충분한 여력이 있음에도 노후 시설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사학의 부끄러운 현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웬 잘난 척하는 녀석이 말을 타고 울타리를 뛰어넘는 사진. 그 광고를 보면 마치 이 학교에 들어오면 내내 폴로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건전한 사고 방식을 가진 훌륭한 젊은이들을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p.10-11) 라고 첫 도입부가 시작하는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민음사, 2001)이 생각난다. 주인공을 통해 허위로 가득 찬 사회와 삶의 이면을 조명하는 생생한 내용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샐린저는 1919년 미국 뉴욕시에서 유태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하였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이 출간되자마자 전후 세대의 젊은 층을 사로잡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단편집 아홉 편의 이야기,1953프래니와 주이,1961등이 있다. 그는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1965년 이후에는 아예 절필을 선언하고 은자의 생활로 들어간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펜실바니아 주 어거스타운에 있는 펜시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그는 열여섯 살이지만 키가 6피트 2인치(185센티미터)나 되고 머리칼은 하얗게 세었다. 그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학교 생활에 실망하고 거짓과 허위로 가득찬 환경에 식상하여,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고 영어 이외의 다른 모든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결국에 퇴학을 당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시선으로 바라본 거짓과 허위의 세상과 혼탁한 현실 세계를 다룬다. 시대 배경인 1950년대 미국은 다같이 돈과 지위를 위해 내달리는 시기다. 전쟁 후 정신이 피폐해진 미국인들은 물질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강했다. 정신보다 육체, 꿈과 가치보다 겉으로 보이는 성공이 중요한 시기였다. 콜필드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질서정연한 사회제도에 길들여지기를, 기성세대로 편입되기를 거부한다. “내가 엘크톤 힐즈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주위에 가식적인 인간들만 우글거렸기 때문이었다.” (P.26), " 내가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멋지다라는 말이다. 너무 가식적인 말이기 때문이다.“(P.144) 오늘날에도, 위선이 가득한 사회에서 콜필드처럼 용감하고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수설은 주인공 콜필드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인간 본연의 심성을 그려낸다. 주인공은 펜시 고등학교를 뛰쳐나와 뉴욕 거리를 배회하던 이틀째 밤, 몰래 집으로 돌아가 만난 여동생 피비는 오빠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다그친다. “나는 넓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하곤 했어.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P.230) 이 소망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현실의 삶이 안겨주는 고통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서부로 도피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의지는 순진한 동생 피비의 본성에 의해 서부로 가겠다는 결심을 포기한다. 어리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피비의 본성에 그의 본성이 동화되어 현실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자세를 갖게된다. “피비가 목마를 타고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며, 불현듯 난 행복함을 느꼈으므로, 너무 행복해서 큰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P.278) 콜필드는 이전까지만 해도 캄캄했던 자신의 내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우울했던 기분이 걷히는 기분을 느낀다. 콜필드가 호밀밭에서 아이들의 파수꾼이라면, 여동생 피비는 오빠(주인공)의 심적인 파수꾼이 아닐까?

 

 

학교라는 제도로 표상되는 보수적 기성세대의 위선과 허위를 고발하며, 분연히 학교를 떠나 뉴욕의 거리를 방황하는 홀든 콜필드의 저항적 태도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학의 문제에도 울림을 주는 책이다. 허위와 기만 속에 안정만을 추구하며 젊은이의 문제에 무관심한 사학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많은 명성과 함께 비판과 다양한 해석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책이다. 코로나-19와 청소년들의 취업난이 어려운 이 시기에 한번 쯤 읽기에 좋은 소설로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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