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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루의 <세계사 편력>

글 쓰기 2024. 2. 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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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식

대구 김종협

 

J.네루의 세계사 편력 ,,Ⅲ』 ( 곽복희 남궁원 옮김, 일빛, 2005)이란 책이 있다. ‘편력이란 단어 때문에, Glimpses of World History의 원제목이 마음에 더 드는 책이다. 저자인 네루가 13세 어린 딸에게 역사와 인생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자 감옥에서 쓴 편지 글이다. 편지 글이지만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 편지 속에는 네루의 감옥에서 겪은 인생관과 가치관이 담겨있다. 이 세계사 편지들을 읽고 자란 딸(인디라 간디)은 훗날 인도의 총리가 되어 인도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자와할랄 네루(1889~1964)는 인도 알라하바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 대학에서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되었다. 1919년부터 간디 밑에서 인도 독립을 위한 반영 투쟁에 나섰고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냈다. 이 책 세계사 편력 ,,Ⅲ』1930년부터 1933년까지 3년 동안 옥중 생활을 하면서 딸에게 쓴 196회분의 편지 글을 엮은 것이다. 저서로는 인도의 발견, 세계역사 이야기등이 있다.

 

 

저자는 한두 나라에 국한되는 답답한 역사를 배우지 말고 전세계의 역사를 바라보라고 주장한다. 역사란 서로 연관된 전체이므로, 만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지 못하면 어느 나라의 역사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보통 한 나라의 역사만 공부하고, 그나마 몇몇 사건이나 날짜 따위나 암기하는 것을 보면 참 쓸모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p.24 1) 역사는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균형 잡힌 올바른 세계관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나라 역사에 한정되지 않은 세계사 전반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자기가 속해 있는 공동체나 문화권에서만 용인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만으로는 지구촌 시대에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나라의 역사 연구가 흔히 오해를 낳으며, 오로지 세계사적인 안목만이 우리에게 사건의 중요성과 과거를 형성하고 현재를 만들어 낸 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네루의 역사를 보는 올바른 안목이 느껴진다.

 

 

저자는 인도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딸뿐만이 아니라 인도 국민에게 위대한 해방 운동에 참여하고 용기를 가져라고 주장한다. 극복해야 할 장애가 없고 싸워 이겨야 할 투쟁이 없다면 생활은 느슨하고 빛 바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해도 극복의 기쁨을 가지고 용기 있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딸에게 인도의 현재 상황과 꼭 들어맞는다며 몽테스키외의 말을 인용한다. “법의 그늘에 숨고 정의의 빛으로 물들여진 압정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p.241, 2) 국민이 무지하고 약하고 어리석음은 반드시 압제를 불러들이기 마련이라고 경고한다. 딸에 대한 편지 글이지만, 그 내면에는 당시 인도 국민들에게 용기를 갖고 역사에 참여하여 자유를 향한 투쟁에 나서라는 염원도 담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를 가지고 있다. 경애하는 벗이요 성실로 가득찬 지도자를 보면 누구나 힘이 솟아오른다. 우리는 또한 승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p.242, 2)

 

 

또한 제3권에 나오는 185번째 편지 글에서 언급한 공황에 대한 설명이 저자의 예리한 시각을 보여준다. 근본적으로 볼 때, 공황은 자본주의에 의해 생겨나는 잉여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꿔말하면 대중은 그들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사들일 만큼의 돈을 임금이나 급여로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된 상품의 가치가 그들의 총수입을 웃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독일로, 중부 유럽으로, 또 남아메리카로 쏟아진 차관들은 다름 아닌 이러한 과잉 자금이었다. 공황에 최종 타격을 준 것은 이 대외 차관을 중지한 것이었다.” (p.379, 3) 미국이나 그 밖의 나라에서 식량이나 공업제품이 부족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과잉 생산이 문제였다. 실업자는 돈을 갖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상품을 살 수 있겠는가? 많은 수의 일반 대중은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상품과 돈은 풍족하지만, 그것을 일반 대중에게 분배되지 않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본성이 문제인가?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뱅이는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회가 통탄스러울 뿐이다.

 

 

저자는 마지막 편지 196번째 글에서 말한다. “역사는 신비한 구경거리가 아니지만 그것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많은 신비가 있다.” (p.486, 3) 역사에서 올바른 교훈을 배울 수 있음을 뜻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생성과 발전, 무한한 진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1955반둥회의에서 중국 총리를 회의에 참석케 하는 등 인도 총리로서 식민주의 종식과 민족 자결, 탈냉전의 원칙에 동의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네루는 제국주의적 사관에 바탕을 둔 서구의 논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과 소수민족들의 논리를 바탕으로 삼고 일하는 정치가이다. 옥중에서 보낸 시간동안 저자의 생각과 사상, 딸에게 들려 준 세계사와 역사의 안목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네루의 세계사 편력 ,,Ⅲ』만큼 좋은 스승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민중의 역사 속에서 인류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발견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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