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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글 쓰기 2024. 4. 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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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관

 

 

1920년대를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아메리칸드림을 예리한 문체로 그려낸 뛰어난 소설이 있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옮김, 민음사,2003)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하나의 위대하고도 기괴한 필체로 미국의 초상을 묘사하고 있다. 금전적 이익 앞에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비윤리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없는지 되돌아 보게 만든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물질적 성공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미국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영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 미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미국 뉴욕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20세기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로 선정했다.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로, F.스콧 피츠제럴드를 포크너, 헤밍웨이와 함께 20세기 미국소설의 삼총사로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위치를 갖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중서부 출신인 주인공은 켄터키 주 캠프 테일러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중 미모의 여성 데이지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그는 유럽 전선으로 떠난다. 데이지는 연인을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곧 시카고 출신의 돈 많은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그로부터 5년 뒤 전쟁이 끝나 귀국한 주인공 개츠비는 첫사랑을 다시 찾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모은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환상과 이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츠비의 삶을 통하여 이상이나 환상만이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즉 개츠비에게 부조리한 세계에서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오직 이상과 환상뿐이다. 소설 전반부에 나오는 초록색 불빛은 개츠비의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해 주는 낭만적 환상이요 이상이다. 개츠비는 시계 바퀴를 5년 전의 과거로 다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힌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그럴 수 있고말고요!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p.159) 개츠비가 낭만적 이상주의자일까? 하지만 그 꿈을 성취시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은 탁월하다고 느껴진다.

 

 

작가는 가치관이 흔들리고 물질 만능으로 흐르는 시대의 분위기를 조명한다. 1920년대 미국은 극한의 물질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경제적인 부를 이룬 대신에 가치관과 도덕성을 잃어버린 혼란기였다. 개츠비의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탐욕과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데이지는 돈과 물질에 길들여진 철없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이 없거든요.” (p.133) 데이지가 원한 것은 개츠비가 아닌 그저 재화와 물질 뿐임을 암시한다. 즉 인정받고자 했던 개츠비는 데이지를 갈망했으나 데이지는 개츠비가 아닌 개츠비의 돈만을 바라본 것이다. 개츠비에 대한 인간 내면의 영혼 따위는 데이지에게 관심 밖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위대한 개츠비는 젊은이들의 꿈이 물질에 희생되고 왜곡되는 과정을 등장인물의 다양한 성격과 관계를 통해서 고발하고 있다. 화자인 닉의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인간들은 썩어빠진 족속이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p.217) 주인공 개츠비처럼 물질주의가 팽배할지라도 열정과 꿈은 잃어버리지 말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아주 깨끗한 도덕 군자는 아닐지라도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 것인지를 성찰케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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