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글 쓰기 2024. 5. 14. 07:46
728x90
반응형
반응형

어떻게 살 것인가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 당시의 사회 인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리고 있다. 개인 생활, 나아가서는 인류의 생활을 이루는 인간의 내적 활동에 대한 통찰과 연구가 작품 속에 드러난다. 소설을 읽다보면 거기에 묘사된 여러 인물과 함께 호흡하는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연진희 옮김, 민음사,2023)로 다시 빠져들어 본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1851년 맏형이 있는 카프카스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다. 이듬해 잡지 소브레멘니크에 익명으로 연재했다. 1861년 교육 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간행했다. 1899년 종교적인 전향 이후의 대표작 부활을 완성한다. 저서로는 전쟁과 평화,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등 다수가 있다.

 

 

이 소설은 19세기 후반 귀족사회의 연애를 모티브로 하여 결혼 및 가족 문제, 남녀의 살아가는 방식을 심층있게 다룬다. 가치관의 문제, 도덕, 종교, 교육 문제등과 나아가 농업과 정치와 전쟁에 대한 문제 등 온갖 다양한 주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드러낸다. 안나 카레니나을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의 시대상황과 사회적인 관습을 알아야 한다. 결혼과 가정은 바로 이 소설의 중심주제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시점에서 본 당시의 결혼은 오늘날의 상식과는 다르다. 즉 사교계에서 혼외 연애관계는 윤리나 법률상의 문제이기 이전에 기호론적인 선호의 대상이다. 그것이 형식상 부정이라고 명시되지 않고 부부관계를 파탄시키지 않으면 사회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의 생활양식이었던 것이다.

 

 

먼저 안나 카레니나로 대변되는 여성의 처지에서 본 결혼과 이혼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등장인물 중에 안나는 어떻게 보면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솔직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행동에 옮긴다. 모스크바 역에서 우연히 브론스키를 만나며 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그녀가 잠재적으로 욕구의 충족을 갈망한 결과이다. “안나는 사랑을 인생의 모든 행복보다 소중히 여기는 여인만이 할 수 있는 사랑으로 그를 사랑했다.” (p.2262)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지만, 그녀는 위선을 행하지는 않는다. 상류사회의 귀부인들처럼 자신들의 행위를 적당히 위장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비웃으며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야비함은 보이지 않는다. 안나는 자신의 감정이 요구하는 바를 따랐을 뿐인 것이다. 브론스키는 안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에 지난 관계를 되돌아보며 안나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한다. 안나의 죽음은 사회적, 종교적 관습에 저항하면서 쟁취하려던 사랑이 그녀에게 등을 돌리면서 증오, 절망에 빠져 막다른 골목에 처한 그녀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레빈은 관습과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자기 감각과 논리를 지침 삼아 살아가려는 인물로 안나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인다. 레빈의 개인적 삶은 톨스토이 자신과 무척 닮았다. 레빈이 겪는 삶에 대한 회의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게 된 경위 등은 톨스토이 본인이 겪은 것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 무렵 각종 철학 서적을 탐독하고 세계의 모든 종교 교리를 섭렵해서 마침내 지고의 가치로 삼는 종교에 도달한다. “만일 내가 그런 믿음을 갖지 않았더라면, 난 과연 어떤 인간이 되었을까?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을까?” (p.3520) 레빈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오직 그 믿음 덕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다. 이 믿음을 통한 신의 존재와 형의 죽음으로 생의 의미를 나름대로 깨닫고 난 후 말한다. “이제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p. 3560)

 

 

안나 카레니나는 인간 행동의 다양함을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사실적인 서사성이 완벽하게 구현된 소설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 속에서 온갖 인간군상들의 위선, 질투, 욕망, 사랑 등이 총망라된 걸작이다. 이 작품은 위대한 사회 소설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고민을 독창적이고 매력있게 그리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p 113)로 시작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진수를 만나본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일말의 답은 찾게 될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