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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

글 쓰기 2024. 2. 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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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

 

대구 김종협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적 소설 이방인(김화영 옮김, 민음사, 2020)을 다시 읽어본다. 194229세 때 첫 소설로 집필한 이방인을 낼 때만 해도, 카뮈는 프랑스 문단의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카뮈를 모르는 사람이 이방인에 가까울 만큼, 그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가이다. 이방인은 프랑스에서만 연평균 19만부가 팔리고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방인은 현실의 모든 부조리에 반항하고 태양의 눈부심을 예찬헀던 카뮈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1913년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알제 대학교 철학과에 들어갔지만, 창작의 세계에 전념한다. 진보 일간지에서 신문기자 일을 하기도 한다. 1942이방인을 발표하고, 에세이 시지프 신화, 희곡 칼리굴라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 마흔네 살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페스트, 오해, 반항하는 인간,작가 수첩등이 있다.

 

 

주인공 뫼르소가 어느 날 엄마의 사망 전보를 받게 된다. 그는 별로 슬퍼하지 않으며 엄마의 장례식을 치른다. 이틀 날 뫼르소는 여자 친구와 해수욕장에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잠자리를 함께한다. 어느 날 레몽을 찌른 아랍인을 만난 뫼르소는 그가 꺼낸 칼의 강렬한 빛 때문에 권총 방아쇠를 당겨 살인한다. 그리고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는다. 관습과 예의를 넘어선 뫼르소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 소설은 부조리에 관해 강조한다. “인간은 계속해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내가 살고있는 이 세상에서는 의미가 찾아지지 않는 지점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부조리이다.”라고 카뮈는 말한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빚어지고 이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항이라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인공 뫼르소가 저지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설명으로 진행되는 법정 심문은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취급한다.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의견을 묻는 일 없이 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p.120~121) 인간의 모든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정해진 틀에 맞춰 뫼르소의 지난 행동들을 설명하려는 법정이 부조리인 것이다. 부조리한 세계에 직면해 묵묵히 진정한 나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사람이 이방인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서글프다.

 

 

또한 저자는 이 소설에서 죽음을 인식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죽음은 이방인의 가장 강렬한 주제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장례식, 아랍인의 권총에 의한 피살, 주인공 뫼르소의 사형 선고로 죽음에 대한 명상이 그것이다. 물론 법정은 사형 선고를 내렸을 뿐 사형 집행은 소설에 언급되지 않는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 운명에 처해져 있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어두운 바람이며 거울이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어.” (P. 145) 결국 다가오는 죽음의 운명 때문에 삶은 의미가 없으므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한정된 삶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삶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의 소중함을 카뮈는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 148) 뫼르소는 다가올 죽음 앞에서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관심(즉 증오)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81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지만, 현대에도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존재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남에게 보여지는 것만이 중시되는 오늘날 참다운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책이라 할 것이다. 특히 진실이나 사실 보다는 주장이나 선동이 난무하는 현실에 사는 우리에게 뭔가 울림을 던져 줄 것이다.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카뮈를 만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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