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곁을 주다
최은영은 2013년 겨울 「작가세계」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한다.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2017) 중 단편 소설 〈신짜오 신짜오〉는 독일에서의 투이네 식구와 주인공 가족 간에 갈등을 다룬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최은영의 〈신짜오 신짜오〉는 독일의 플라우엔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베트남 출신의 투이 가족과 나의 가족은 만났다. 두 가족은 돌아가며 저녁 초대를 하고 같은 공간에서 음식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지내왔다. 서로 말고는 독일에서 그렇게 특별히 가까운 이들이 없었던 셈이기도 했다. 특히 투이 엄마인 응웬 아줌마는 나의 엄마가 사랑이 많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과 격찬을 자주해 주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얼굴을 붉혔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저녁, 베트남 전쟁에서 생긴 민간인 학살에 대한 얘기 도중에 서로간의 이해 차이로 다툼이 일어난다. 결국 투이 가족과 나의 가족간의 관계를 갈라 놓는 결과가 초래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나의 엄마는 예전과는 다르게 동생 방에서 벽만 보고 누워 있고, 밥을 몰아 먹었고 손끝이 빨개지도록 뜨개질을 하는 등 그저 침묵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엄마는 돌아가시고, 나 또한 20년 뒤 다시 독일로 출장가서 만난 응웬 아줌마의 눈에서 나는 나와 함께 여기에 서 있는 엄마를 본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와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엄마를 빼닮아 있었으니까.
그제야 나는 엄마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던 응웬 아줌마를 떠올린다. 엄마의 우울한 기질을 섬세함과 특별한 정서적 능력으로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응웬 아줌마라고 해서 엄마의 모든 면이 아름답게 보였을까, 엄마의 약한 면은 보지 못했을까. 응웬 아줌마는 엄마의 인간적인 약점을 모두 다 알아보고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에게 곁을 줬던 사람인 것이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곁을 주다’란 말이 많이 와 닿는다.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다. 조건 없이 다가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아주 조금이라도 곁을 줄 일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책에는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 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p.89~90)가 나온다.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작가 최은영은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란 말을 했다. 소설에서 위태롭게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주인공의 부모와 상처받았기에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던 응웬 아줌마의 따뜻한 마음이 다가온다. “씬짜오, 씬짜오”라는 인사말의 진동이 내 마음까지 위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