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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글 쓰기 2024. 4.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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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교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찰스 디킨스는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인정받고 있다. 당대인 빅토리아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인규 옮김, 민음사, 2023)은 미묘한 심리적 양상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디킨스의 소설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강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치밀한 구성과 은근한 유머, 그리고 사회 부조리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들어 있기에 더 흥미를 유발한다. 책 표지 사진은 영화 속 어릴 때 키스장면에서 성인이 되었을 때 장면으로 캡쳐되는 부분이다. “이리 와 봐! 네가 원한다면 나한테 키스해도 좋아.”(P.1172) 나는 뺨에 키스를 했다. 그 순간 나는 이 키스가 상스럽고 천한 소년에게 동전 한 닢 던져 주듯이 주어진 것이라는, 그래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영화와 책 내용은 좀 느낌이 다르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12년 영국 포츠머스 태어났다. 열다섯 살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사립학교에서 잠시 교육을 받았지만 가정 형편으로 열두 살 때 런던의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씩 일했다. 이때 겪은 빈민층의 삶이 후일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법원 속기사를 거쳐 신문사 기자로 일한다. 1833년 잡지에 단편을 투고하고 1836년에 단편집 보즈의 스케치를 출간한다. 이후 올리버 트위스트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작가의 지위를 확립한다. 저서로는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등 다수가 있다.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 먼저 소설이 감동과 재미가 있다는 점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어 친근감이 더 다가온 느낌이다. 이 소설은 186012월에 첫 연재분이 1년 내내에 실리게 되고, 매주 연재가 나감으로써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오늘날 드라마 대본 같이 시청자의 반응을 보며 집필하기에 대중성 내지 독자의 호응을 크게 받는 작용 내지 효과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책에서도 여기까지가 핍의 유산 상속 과정의 첫 번째 단계임“(P.1296)여기까지가 핍의 유산 상속의 두 번째 단계임“(P.2136) 부분을 보면 연재의 흔적 표시를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유산은 디킨스의 등장인물 심리나 표정 묘사들이 섬세하고 뛰어나다는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누나인 조부인은 머리카락과 눈이 검고 피부가 빨갰는데, 그 빨간 빛이 너무나 진하게 퍼져 있어서, 누나가 몸을 씻을 때 비누 대신 육두구를 가른 강판을 사용하지 않는지 궁금해 하곤 했다란 표현은 너무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는 나이에 비해 일찍 머리 윗부분이 벗어 있었으며, 숱이 많은 까만 눈썹은 옆으로 눕지 않고 뻣뻣하게 곤두서 있었다. 두 눈은 얼굴 속에 아주 깊숙이 박혀 있었는데 불쾌할 정도로 날카롭고 의심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깍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면 턱수염과 구레나룻이 자라났을 자리에 짙고 검은 반점들만 남아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재거스 변호사에 대한 인물 묘사 또한 독특하다. ‘옆으로 길게 벌어진 틈 같은 입속에다 마치 편지를 우체통 구멍에 집어넣듯이 던져 넣곤 했다.’란 웨믹의 점심 식사 장면 묘사는 유머러스함을 넘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작품에서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고 신사가 되려는 꿈을 실현하려는 핍이 보여주는 모습은 바로 그 타락한 신사의 모습이다. 그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그 사실만으로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선량한 매부 조를 창피하게 여기고, 자기 직업을 증오하고 집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봉건시대의 신사는 출신 자체가 귀족이거나, 재산을 상속받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19세기 영국 사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시의 신사들은 사교(숲 속의 방울새들)로 세월을 보내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돈만 많다고 진정한 신사라 할 수 있는가?라는 의심해 볼만한 사항인 것이다. 유산 상속이 주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지 않는다. 책임감 없이, 유산상속 날까지 자기 인생을 수동적으로 맡기는 안타까운 면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 끝부분에 가서는 그 잘못된 희망 내지 가련한 환상에서 빠져나오는 깨달음으로, 조와 은인(에이블 매그위치)에게서 고결한 사람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만...

 

 

이 작품은 많은 것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다. 신분상승, 가난 극복, 사랑, 더 나은 삶, 정의, 선과 악, 인생의 덕목, 가치관 등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 준다.

네가 만약 똑바른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 , 그리고 잘 살다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거라.” (p.1134) “, 이보게 친구, 인생이란 서로 나뉜 수없이 많은 부분들의 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사람들 사이에 그런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생기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p.1411) 라는 조의 충고는 지적이지 않아도 인생의 지혜가 묻어나는 말로 느껴진다. 이는 찰스 디킨스의 인간성에 대한 통찰과도 이어진다.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인생이 어떤 식으로 결론 지어지더라도 인간의 노력과 자유의지는 숭고하다고 여겨졌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내 인생 만큼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시선으로 살아갈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변화, 발전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으며 과거의 나를 뜯어고칠 때 일어난다. 삶을 개선 하는 방법은 익숙한 나와 결별하는 것이고, 얻고자 하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때로는 시련과 불편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 시련이 다른 모든 가르침보다 더 강력한 교훈을 주어서,.. ”(p.2426)라는 마지막 에스텔러의 말과 상통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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