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라보의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경제에 대한 정답은 누구도 모른다
지금 우리 나라 경제 사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고 물가 또한 높은 수준이다. 주변의 중, 소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는 상황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어제까지 영업하던 상가가 없어지고 ‘임대 중’이라는 문구가 붙은 가게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이처럼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경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과 속도로 회복될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한다.
질 라보의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서해문집, 2015)는 지금의 경제위기나 문제를 되돌아보는데 도움이 되는 경제의 4가지 표상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는 경제를 바라보는 첫 번째 방식은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로 경제를 시장으로 보는 관점이다. 반면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상에 따르는 경제학자들은 자유주의적 접근으로는 경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경제는 시장이 아니라 화폐라는 특이한 재화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로 본다. 한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해소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본주의를 제어하고, 결국에는 자본주의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경제를 지배관계로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를 환경과 인간의 차원에서 접근한 칼 폴라니 경제체제를 언급한다.
“경제학자들은 타당하고도 다양한 경제의 표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교수, 전문가, 연구자들은 서로 엇갈리는 권고사항을 내놓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는 경제를 생각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고 서로 다른 안경을 쓰고 경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10 쪽)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학자들의 논쟁이 우리의 관심으로 다가오는 데, 이런 연유로 이 책의 제목이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인가?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계층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정책을 지자체별로 추진했다. 경기도는 전체 도민에게 10만원씩, 충북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게 60만원을, 광주는 중위소득 100% 가구에게 50만원, 전남도 50만원의 ‘긴급생활비’를 지원했다.
이런 취지들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경제 사상으로 대표되는 재정정책 투입으로 소비나 투자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표상의 하나이다. 즉 유효수요 창출을 역설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처방이 통할 수 있을지를 기대하는 것은 이 책(몇 페이지 되지 않지만)의 효과적인 길잡이라 할 만하다.
혹여 어떤 학자들은 재정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코로나19사태로 수요와 공급 전방위로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데 국가가 돈을 푼다고 상화이 달라지겠느냐는 것이다. 또 어떤 학자는 시차를 두고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바로 반응이 없다고 해서 정책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숙쓰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대학교 학사시절 전공이 경제학인데 경제사상 내지 경제 표상들이 더욱 더 생소하고 어렵게 다가옴을 느끼며 지난 날의 경제학에 대한 게으른 학구열에 반성을 하게 된다.
작가는 〈경제에 대한 편견 지침서〉 〈유럽헌법에 반대했던 열두 명의 경제학자들〉을 저술했으며 브로그를 운영하며 파리8대학에서 경제를 이해하기 쉽게 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질 라보는 우리경제와 주식시장이 전례없는 충격에 빠진 지금, ‘경제(내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누구도 모른다.’ 라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