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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밀 자키의 <공감은 지능이다>

글 쓰기 2024. 6. 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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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마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15년간 공감 과학을 연구한 것을 토대로 공감 능력도 의도적인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 책이 있다. 자밀 자키의 공감은 지능이다(정지인 옮김, 심심, 2023)는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원제는 ‘The War for Kindness(친절함에 대한 전쟁)’이다.

 

 

자밀 자키는 보스턴대학교에서 인지신경과학 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스탠퍼드 사회신경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이용하여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한다. 학문적 연구 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등에 심리학 칼럼을 쓰며 과학의 홍보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감이 하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감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자밀 자키 교수에 따르면 공감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몇 가지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는 인지적 공감,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 그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싶은 공감적 배려 등이 공감을 구성한다. 공감은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능력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공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친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친절함이란 대가를 치르더라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을 말한다.” (p.13)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이 그 고통 속에 있는 것 같고 그를 도우면 자기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사회는 인간의 연결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친절해지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공감의 방법을 배우고 공감의 근육을 더욱 튼튼히 단련해서 친절함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도록 힘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택하는 방향과 우리의 집단적 운명은 각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기로 결단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공감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기술인가? 공감하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일종의 친절한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자원 봉사를 하고 심지어 누군가가 잠시라도 공감을 느끼도록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공감의 힘은 그들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을 더 높인다. 낯선 공감은 더 큰 열린 마음을 추동한다. “공감에 관한 편지를 썼던 학생들은 아주 중요한 시기인 대학 생활의 몇 달 동안 다른 학생들에 비해 친한 친구를 더 많이 사귀었다. 주목할 점은 그들 자신의 공감 역시 실제로 더 깊어진 것처럼 보였다.” (p.113)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감을 더 잘했고, 이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공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공감은 인간으로 하여금 협력을 가능하게끔하여 지금까지 인류의 종의 생존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훈련을 통해 공감의 근육을 키워 우리의 친절을 확대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현대 세계에는 공감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내재해 있다고 본다. 서로 돌보고 돕는 긍정의 공감이 현대적 맥락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 외부보다 내부에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이는 1950년에는 인류의 1/3이 도시에 거주했지만 2050년에는 그 숫자가 2/3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수백만 명의 이웃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그들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도시 생활의 증가와 고독한 생활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하여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초라하게 살고 있다. 이는 특히 도시와 젊은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미국에서 18~34세는 10년 전보다 혼자 살 가능성이 10배 더 높았으며, 스포츠 리그부터 교회에 가는 것, 심지어 식료품 쇼핑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정기적으로 접촉하게 했던 의식조차도 더 고독한 활동으로 바뀌었다. 종종 온라인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인류가 군중 속에 혼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요즘은 우리의 이름과 얼굴 대신 사용자명과 아바타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속에서 나타나는 익명성의 문제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우리도 남들에게 실제와 다르게 보인다. 익명성 덕에 당할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외부인에게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p.315) 익명성은 친절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지만 아는 사람은 적고, 서로 만날 때 익명인 경우가 많다. 얇아지고 거래적인 것은 공감을 위한 좋은 토양이 아니며, 현대 세계에서 공감이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공감 능력을 낮추고 개인을 고립시키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와 익명성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과학자들의 오랜 믿음과 달리 신경과학과 심리학적으로 보면 뇌는 고정된 회로가 아니며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마음을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6년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버락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이다. 배고픈 아이의 눈으로, 해고된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에 살고 있다.” 공감을 통해 한 층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얼마 전 뉴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비가 많이 내리는 길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에게 젊은 여성이 본인은 거의 비를 맞으면서도 우산을 노인에게 씌어주는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는 공감을 배운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묻어난 행동이 아니었을까? 진정 공감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자리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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