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삶과 죽음
대구 김종협
2023년 노벨문학상에 내정된 노르웨이 극작가 겸 소설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박경희 올김, 문학동네, 2019)은 말로 하기 어려운 것들을 표현하고 인간의 불안을 잘 드러낸다. 욘 포세가 집중하는 인간의 불안정성 및 불안을 독특한 산문 문체로 풀어낸다. 모든 사람의 공통 주제이기도 한 삶과 죽음을 특별한 언어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소설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욘 포세(Jon Fosse)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고,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한다. 2005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명예상 및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희곡은 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공연되고 있다. 저서로는 『3부작』, 『보트하우스』, 『멜랑콜리아』 등 다수가 있다.
전반부는 노르웨이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주인공 요한네스라는 사내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아이 아버지 올라이는 아내 마르타의 비명을 들으며 문 앞에서 불안해 한다. 후반부는 노인이 된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아침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마을을 서성이는 늙은 어부인 요한네스 앞에 오래전 세상을 떠난 친구와 아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먼저 욘 포세가 집중하는 것은 인간 내면이다. 아이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 아버지 올라이가 인간 본질적으로 느끼는 걱정과 불안을 잘 드러낸다. “그런데 방안이 어째서 저리 조용할까? 뭐가 잘못되었나?” (p.15) 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도 올라이는 긍정적인 생각을 거듭한다. “아니야. 늙은 안나가 아까 더운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왔을 때.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p.15) 머리를 스치는 갖가지 생각들을 떨쳐 버려야 내면에 고요함이 찾아 든다고 저자는 암시한다. 인간의 심리에 한 갈음 한 걸음 다가가는 욘 포세의 표현들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소설의 특징적인 관심사는 어쩔 수 없는 죽음이다. 평범한 인물이 태어나고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은 인간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마음속 불안이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 걸, 레이프가 말한다” (p.124) 불멸의 소재인 죽음을 저자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 특유의 문장으로 그려낸다. "싱네가 커튼을 젖히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둑어둑한 침대에 누워 자는 것처럼 보인다, “(p.119) 또한 환각과 비슷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죽음은 그가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확신했던 일들을 불확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죽어가는 과정을 소박하고 신비롭게 짜릿하게 그려낸다.
욘 포세의 작품은 그의 출신지인 노르웨이의 언어와 자연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늘과 바다는 둘이 아닌 하나이고 바다와 구름과 바람이 하나이면서 모든 것, 빛과 물이 하나가 된다” (p.134) 『아침 그리고 저녁』 에는 고된 삶을 살아온 평범한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의 인생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하지만 소설을 접해보면,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존재의 불안감에서 벗어 나는 팁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