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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글 쓰기 2024. 4. 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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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

 

 

인간의 굴레에서(송무 옮김,믿음사, 1998) 는 서머싯 몸의 1915년 작품으로 자전적인 소설이다. 교양소설로 젊은이가 인생과 사회에 눈떠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서머싯 몸은 과거 삶에서의 응어리를 한 번 배설하지 않고는 진정한 정신의 해방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굴레에서를 쓴 동기를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소망은 이루어졌다. 이 작품을 내놓으면서 나는 자신을 괴롭혀 온 고통에서도 또 불행한 과거의 기억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p. 19)

 

 

서머싯 몸은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897년 의학생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장편소설 램버스의 라이저을 발표한다. 1908잭 스트로, 도트 부인등 네 편의 극이 런던의 4대 극장에 동시에 공연되어 인기를 누린다. 1916년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타히티 섬을 여행한다. 저서로 달과 6펜스, 동트기 전, 면도날등 다수가 있다.

 

 

주인공 필립의 이야기는 대체로 서머싯 몸 자신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필립은 선천적으로 절름발이라는 불편을 안고 태어난다. 신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만큼 활동적이진 못했으나 대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굴레에서 하나 둘 벗어나면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 어렸을 때부터 백부가 주입해주었던 신앙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그는 첫 번째 깨달음을 얻는다.  처음으로 완전한 자유를 얻은 그는 실패도 성공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백부의 기대를 저버리고 회계사 대신 미술가가 되기 위해 파리로 간다. 그 곳에서 예술적인 삶을 살고자 했으나 본인의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예술의 생활에서 벗어난다. 다시 돌아온 필립은 방황 끝에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어느 정도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는 밀드레드에 대한 집착이란 굴레에 다시 갇히게 된다. 지금껏 자신이 미래만을 염두에 두고 살았지 현재에 소홀했다는 것을 뉘우치고 샐리와의 행복을 꿈꾸며 마음을 바꾼다.

 

 

이 소설의 제목은 스피노자의 에티카의 제4부 소제목인 인간의 굴레,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 Of Human Bondage or the Strength of the Emotions)에서 따왔다.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에 예속당하며,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하여 논증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사람의 삶에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다. 필립은 벅찬 기쁨을 느꼈다.”(p.2365) “크론쇼가 페르시아 양탄자를 선물했던 것은 바로 그것을 말해 주려 했던 듯하다. 직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다.” (p.2366)

서머싯 몸은 필립이 감정의 굴레에 매인 노예의 생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커 가는 삶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필립이 여러 종류의 굴레(불구의 굴레, 종교의 굴레, 예술의 굴레, 불가해한 정념의 굴레)들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양탄자를 짜는 사람은 어떤 목적에 구애됨이 없이 오직 심미적인 기쁨만을 위해 무늬를 짠다. 주인공 필립은 자신의 삶의 조건을 인생의 실로 삼아 인생의 무늬를 짜면 그뿐임을 깨닫는다. 이로인한 깨달음과 함께 필립은 마침내 그를 구속하고 있던 모든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서머싯 몸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삶의 무의미성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무의미한 삶에서 경험의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가며 만족을 느끼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삶에 대해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느낌, 풀면 풀수록 더욱 불가해해지는 삶의 신비를 깨우치는 무슨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느낌만 있으면 된다. 설사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해도 가슴을 갉아대는 불안만큼은 달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가 가진 마음의 상처들과 세상에 눈떠 가는 한 젊은이의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았다. 특출한 사람이 아닌 다양한 보통사람들의 세계를 기이하고 풍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가 새롭다. 이 소설은 나 자신의 삶의 의미 및 자유 의지를 차분히 성찰하게끔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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