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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글 쓰기 2024. 2. 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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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힘

 

대구 김종협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벌어진 혼란과 그 후폭풍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 중동과 유럽 등에서 역할을 축소하고 중국 견제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현실주의의 요소를 강화하는 외교 전략 변화의 신호이다. 이러한 세계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 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김영사, 1997)이 그것이다. 헌팅턴은 세계적인 정치학자이자 전략전문가로 동서 냉전 이후 달라진 세계 정치의 성격을 문명충돌로 제기하며 국제 질서를 설명하고 있다.

 

냉전의 종식에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 주장한다. 인류의 이념적 진화가 종착점에 이르렀고 인간이 만든 정치 체제의 최종 형태로서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헌팅턴은 이데올로기 대립에 억눌려 역사 흐름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있던 문명간의 갈등이 이제부터 수면 위로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부에서 세계 정치의 다극화, 다문명화, 2부 변화하는 문명의 균형, 3부 문명의 새로운 질서, 4부 구체적인 문명의 충돌,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는 문명들의 미래에 대한 구성으로 논리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명한다. 문명에 바탕을 둔 접근은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문명과 문화는 모두 사람들의 총체적 생활 방식을 가리키고 있으며, 문명은 가장 광범위한 문화적 실체다.”(p.49) 라 주장하는 헌팅턴은 현존하는 주요 문명으로 8개를 들었다. 중화, 일본, 힌두(인도), 이슬람, 정교(러시아), 서구,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문명이다. 동시대 문명은 접촉할 수밖에 없으며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발전할수록 접촉면은 넓어지고 접촉의 강도는 높아진다. 우연한 만남(조우)에서 시작해서 적대적 격돌로 진전되기도 한다. 이에 헌팅턴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명들의 다양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헌팅턴은 다문명 세계 체제에서 일어나는 문명의 충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지질학 용어인 단층선개념을 차용한다. “단층선 분쟁은 상이한 문명에 속한 국가나 무리 사이의 집단 분쟁이다. 단층선 전쟁은 폭력으로 비화한 분쟁이다.”(p.342) 종교는 문명을 정의하는 주된 특성이므로 단층선 전쟁은 거의 예외 없이 상이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또한 친족국 증후군은 단층선 전쟁의 핵심적 특징이다. 친족 집단들은 싸움을 벌이는 자기 편에게 금전적, 물질적 지원을 보내며, 전쟁이 터질 위험을 키우고 전쟁의 규모를 확대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와 텔레반의 집권의 현 사태를 보면, 이슬람 내부(종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재할 만한 강력한 지위에 올라선 나라는 아직 없음을 보여준다.

 

헌팅턴은 5부 문명들의 미래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의 엘리트 집단의 각성을 촉구한다.“평화와 문명의 미래는 세계의 주요 문명들을 이끄는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p.442) 헌팅턴은 문명의 내전을 넘어 핵무기의 위험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확실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1997년 우리에게 출판되었다. 왜 아프가니스탄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자. 세계 정치의 핵심을 파악하고 국제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도움을 주는 예리한 통찰과 지혜를 안겨주는 책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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