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종말은 오지 않는다
30년간 환경 운동과 연구에 헌신해온 기후 변화 전문가가 있다. 여러 환경 문제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6개월 만에 28쇄를 찍은 화제의 책으로,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노정태 옮김, 부키, 2021)이 그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현지인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 나간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종말론의 과장과 허구를 가려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환경 휴머니즘이야말로 기후 변화에 올바로 대처하고,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클 셸런버거는 환경 연구와 정책 단체인 ‘환경 진보’의 설립자 겸 대표이다. 환경 휴머니즘 운동의 대표주자이자, 세계적인 환경, 에너지, 안전 전문가이기도 하다. 2008년 〈타임〉의 ‘환경 영웅들’에 선정되기도 한다. 2019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차기 보고서 전문 검토자로 초빙된다. 미국, 일본, 타이완, 한국, 영국, 벨기에 등 전 세계 정책 결정자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 저널리스트로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외에 『돌파하라 : 환경주의의 죽음에서 가능성의 정책까지』(공저), 『에코모더니스트 선언』(공저)가 있다.
이 책의 원제는 Apocalypse Never(종말은 오지 않는다) : Why Environmental Alarmism Hurts Us All(부제)이다. 번역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으로 부제는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이다. 책의 구성은 총 12장으로 되어있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파괴되지 않았으며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큰 문제가 아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없다. 공장을 많이 지어야 숲이 보호된다. 채식을 하면 오히려 환경을 망친다. 전력 생산에 원자력이 가장 안전하다는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개해 나간다. 저자는 30년 이상 연구와 현장 활동을 한 사람이다. 물론 근거와 사실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궁금한 내용들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을 제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저자는 전력 생산의 유일한 해답은 원자력 발전소라고 주장한다. 그 어떤 것도 100% 안전하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원자력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전세계 700만명의 인구가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원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기도 하고,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재생 에너지처럼 원전은 많은 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발전은 원전보다 300배 많은 폐기물을 쏟아낸다고 비판한다. 탈원전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2,000억 ~ 4,00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을 제시한다. 충분한 원전이 있다면 수력 발전 댐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을 구분하지 않는 극단적 환경주의자를 비난한다. 이 책은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반핵 운동가 중 일부가 핵무기에 대한 불안감을 원자력 발전으로 전이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p.332) "원자력의 힘은 인류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인류의 필요에 부합하는 무언가로서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p.328)
또한 저자는 경제 성장이 환경을 보호한다라고 주장한다. 고래를 살린 건 그린피스가 아니라, 바로 기술과 경제 발전이었다고 말한다. 1800년대 중반 유전 개발로 등유가 생산되어 조명 연료 시장에서 고래 기름을 몰아냈다. 1900년대 중반에는 식물성 기름이 비누 원료인 고래 기름을 대체해 고래를 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장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환경의 문제는 가난의 결과일 뿐 모든 이가 부유해지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부유한 선진국이 풍족하게 삶을 누리면서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으려 드는 것은 위선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공장은 환경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 성장을 추구해 많은 이들을 가난에서 건져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선진국은 가난한 후발 주자가 산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각도로 도와야 마땅하다. 후진국의 가난을 과거의 일로 만들기는커녕 계속 가난한 상태로 묶어 두려 든다.” (p.227)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 선진국에 대한 저자의 인식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 표지에 나오는 북극곰이 정말 얼음이 녹아 굶어 죽고 있는가?란 말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미비한가를 알게 해준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환경 내지 기후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물론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너무 지나친 환경주의자들의 환경 정책에 대해선 비판이 필요함을 느낀다. 특히 인구 증가와 자원 부족에 대한 토마스 맬서스의 이론은 신선하다.(맬서스주의자와 기술만능주의자 사이의 논쟁)
오늘날 탄소 중립,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기후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한 모든 답을 제시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기후 위기 대응에서 우리가 가진 긍정적 잠재력을 확인시켜 준 점은 놀랍다. 30년간의 연구와 현장 활동을 통한,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에 관심과 문제 제기에는 배울 점이 많다. 이런 문제점을 일반 대중에게까지 마주하게 되게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충격을 주었기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