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태도와 인식
대구 김종협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정과 정의에 관심이 많다. 경제 문제가 지속되고, 일자리와 사회의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중이라 더욱 그러하다. 최근 국내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20)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 (능력의 폭정)이다. 이 책에서 오로지 능력만으로 개인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며 실패는 자신이 못난 것이라는 통념을 반박한다.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함이 실제로 정의로 이어지는 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제기한다.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되었다.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완벽에 대한 반론』등이 있다.
먼저 저자는 엘리트층에 대한 포플리즘의 반발을 강조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불평등의 심화뿐만 아니라 성공에 대한 태도가 지난 40년 동안 변화를 겪어왔다. 상류층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은 자신들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비난하고 비판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공에 대한 태도가 불평등의 심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분열을 더욱 더 커지게 한다. 그리하여 경제,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승자와의 간격을 더 빌리게 된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 자는 분노를 엘리층에 대해서 가지게 되고, 엘리트들이 자신을 능멸하고,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게 되고, 분노를 가지게 되고 그 결과로 포플리즘의 반발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승리한 것처럼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수십 년 동안 불평등의 심화에 기인한 포플리즘의 반발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표결에 표를 던진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은 사회적 상승에 대한 약속보다는 국민 주권 원칙의 재확인, 국가 정체성과 국가적 자존심 등의 강조에 동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p.123)
또한 저자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으면서 노력한다는 것이다. 놀랄 만큼 많은 학생들이 정신 건강에 이상을 겪고 있고, 능력주의의 호된 시험을 통과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피해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불안증이 치솟고 있고, 대학생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1년 이내에 자살을 고려한다는 설문 조사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입시 비리 사건이 일어났다. 돈만 내면 입학원서를 조작해주고 SAT시험 감독관을 매수해서 정답을 수정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SAT나 한국의 수능 같은 표준화된 시험에서 학생들의 고득점 역량은 가족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고액 과외를 통한) 고득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현실에서 불평등한 사회의 기득권의 대물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염원의 대상이며, 그들의 부모가 2019년 입시 부정 스캔들과 같은 일을 저지르게끔 하는 꿈의 목표이다.” (p.276) "그런 대학 간판이 최고의 능력주의적 영예를 주기 때문이었다. 졸업 후 좋은 직업을 얻을 근거도 되었다.“ (p.277 )얼마 전에 방영된 SKY캐슬 드라마를 상기하면, 한국 젊은이들도 유사한 불안감과 불평등한 사회 문제점에 고통 받고 있다는 현실에 씁쓸한 생각이 든다.
샌델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태도의 변화를 주문한다. 일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얘기한다. 일의 존엄성이라 한다면 사회적인 명예의 존중감으로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에 따라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임금이 높든 낮든 간에, 대학 학위가 있든 없든 간에, 그들이 사회에 기여한 것에 대해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선을 위해 그들의 일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태도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성공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는다. 성공한 사람들, 많은 혜택을 누린 사람들을 설득해서 그들에게 행운의 역할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운의 역할을 인정하게 되면 겸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겸손함이 우리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리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시민적인 믿음은 겸손함을 회복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일의 존엄에 대한 새로운 논쟁은 능력주의적 오만에 빠져든 탓에 양극화된 정치 현실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p.331)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 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p.353)
지금 한국에서 20대 젊은이들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분노하고 있다. 적어도 부모 세대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열심히 노력해서 계층 상승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라면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권하고 싶다. 완벽한 해답 제시는 아니더라도 찬찬히 읽으면서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미래 설계를 해보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