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유전자 관점에서 본 세상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 ·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06)가 출판된 지 45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펼쳐본다. 이 책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읽었을 만큼 유명하다. 생명의 진화와 자연 선택에 기반을 둔 논리로, 인간의 지위와 생명관을 섬세한 이론으로 조망한다. 과학적인 내용들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풍부한 사례들과 놀라운 글솜씨로 펼쳐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이후 동물행동학자로 학문적 여정을 시작한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전담하는 석좌교수직을 맡는다. 지은 책으로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에덴 밖의 강』, 『만들어진 신』, 『지상 최대의 쇼』등이 있다.
우선 저자는 ‘유전자 선택론’을 강조한다. 진화에 있어서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임을 주장한다. 저자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이다. 자연 선택의 과정을 보면 자연 선택을 거쳐 진화해 온 것은 무엇이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코원숭이, 인간, 그리고 기타 모든 생물의 행동을 보면 그 행동이 무엇이든 이기적일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Theory of gene selection)이라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 (p.47),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가 만들어 낸 생존 기계다.“ (p.65) 여기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과는 구별해야 한다. 생명체는 유전자외에도 더 많은 물질들에 의해 이루어지니까. 다만 도킨스가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기적 유전자’라고 한 개념 규정은 특별하다 할 것이다.
인상적인 내용으로는 해밀턴의 개미 · 꿀벌의 번식에 대한 도킨스의 설명이다. 자기가 직접 자식을 키우기 보다는 엄마인 여왕을 도와서 번식토록 돕는다. 개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타적인 행동(자신은 자식을 포기하고 남을 도움) 인데,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게 더 이득이기 때문에 진화한다는 것이다. 후손을 남기는 가능성이 최대화 되는 것은 이기적으로 작용한다. 개체 수준에서 관찰되는 어떠한 대가도 기대하지 않는 이타적인 행동은 유전자의 이기성에서 유래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개미 · 꿀벌에서 같은 부모로부터 유래하는 친자매간의 근연도는 보통의 유성 생식 동물과 같은 1/2이 아니라 3/4이 된다. 일벌은 효율적인 자매 생산 기계로서 어미를 사육할 가능성이 있다. 자매를 만들게 하는 유전자는 직접 자식을 만들게 하는 유전자보다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p.297) 이기적 · 이타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좀 하게되는 부분이다.
이 책 제11장에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밈(meme)개념을 제시한다. 유전자 복합체와 마찬가지로 밈 복합체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톨릭 교회 전체가 밈 복합체일 수도 있다고 종교적 예를 들기도 한다.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 요소를 뜻하는 ‘밈’이 요즘 회자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의 언어가 변화되었다. 내로남불, 공정성, 위선 같은 말들이 ‘밈’처럼 되었다.”와 같이 문화의 전달단위로 사용된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마지막 장인 유전자의 긴 팔에서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로, 저자의 책인 『확장된 표현형』을 소개하고 있다. 유전자가 세계에 자신의 영향을 미치는 표현형을 확대해 나가며, 자신을 담고 있는 개체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조심스럽게 읽고 든 생각은 생물체와 인간의 본질을 숙고하게 된다. 동물의 행동을 이기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유전자의 관점이 뇌리에 남는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에 대한 논문, 주장들이 결코 쉬운 내용들이 아닌 까닭에 이해하는데 만만하지가 않다. 그렇지만 도킨스가 그런 이론들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게끔 문장력과 논리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만큼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며 필요한 부분은 다시 읽어 볼 만큼 유익한 책이다. 도킨스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저자가 바라보는 목표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이기적 유전자』에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