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생각의 지도』 (김영사, 2004)는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니스벳의 작품이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서 그 차이를 설명한다. 『생각의 지도』 서문에서 리처드 니스벳은 책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소개한다. 사회심리학적 주제와 인간의 사고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연구 파트너였던 중국인 대학원생 펑카이핑(현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이 그에게 “교수님,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문화권에 따라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게 되는 과학적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쌓인 연구의 결정체가 『생각의 지도』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실험 결과들이 와 닿았다. 사진 한 장에 3가지 그림을 넣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셋 중에 둘을 묶어 보라고 했다. (사진에는 원숭이, 바나나, 판다 그림이 있다.) 미국인들은 원숭이와 판다를 묶는다. 둘 다 동물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동양인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라고 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니까.
즉 서양인들은 ‘둘 다 동물이다.’와 같이 범주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동양인들은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는다.’와 같이 관계에 의해 연관을 짓는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p.137~138)
서양의 아이들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지만, 동양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사물의 이름과 특성을 가르쳐준다. 미국 어머니는 대개 “이건 차란다. 차 좋아해? 바퀴가 아주 멋있지!”와 같은 대화를 시도하여, 어린이들이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배운다.
동양의 어머니는 “자, 여기봐. 부룽 부룽! 자. 차를 너한테 줄게. 이제 다시 엄마에게 줘봐. 옳지, 잘 했어!”라는 동상의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동양 어린이들은 세상을 ‘관계’로 이루어진 것으로 배운다는 것이다.(p.146~147)
아주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예가 있다. “인형을 그렇게 던져버리다니, 저 인형이 울고 이잖아!”. “장난감이 아야 아프다고 하잖아!” 실제 우리 엄마들이 아이와 이렇게 놀이를 하니까 너무 웃음이 났다.(p.63)
서양의 어머니는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동양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제6장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부분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서양 학계에서는 항상 세미나 같은 토론이나 논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전통에서 온 것이다. 서로 논쟁은 많이 할수록 진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진리는 토론의 정수다’라고 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생각이다. 진리는 책이나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토론 속에 있다는 얘기이지요. 그래서 서양인들은 함께 토론하고 논쟁하는 가운데 진리를 찾아 나간다는 것이다.
반면, 동양에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 너무 많으면 별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하죠. 말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관점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진짜 많이 아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노자)
니스벳은 제7장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기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두 문화의 사고 방식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즉 두 사회의 생태 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왔고, 이 경제적인 차이는 다시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차이는 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과 육아 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환경의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의 방식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민속 형이상학)를 낳고, 이는 다시 지각과 사고 과정(인식론)의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마지막 제8장에서 니스벳은 “두 문화의 통합이 가장 좋은 특성만을 모아놓은 걸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라 끝을 맺지만, 바람, 기대이지 실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할 것이다. 서양인이 보는 세상은 각각의 개체가 모두 모여 집합을 이루는 공간이고, 동양인이 보는 세상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장(場)과 같은 공간이다. 그러므로, “서양인은 각각 개체를 가리키는 명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동양인은 거대한 장 속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가리키는 동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지하는게 중요하다 할 것이다. 단순 이분법이 아니라 실험을 통한 그런 경향들을 연구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