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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삶의 한가운데>

글 쓰기 2024. 2. 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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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삶

대구 김종협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좌절, ()에 대한 집념이 응축되어 나타난 작품으로, 시대를 초뤌한 영원한 고전이 있다.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박찬일 옮김, 민음사, 2015)가 그것이다. 자유를 향한 강렬한 의지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여자 니나 부슈만이라는 인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잊히지 않는 영원한 삶의 모델이다. 이 작품에는 이야기, 일기, 편지, 회상, 여주인공의 창작 등 여러 형식을 서로 혼합해서 의식적이고 독특한 문체 구성을 시도한다.

 

 

루이제 린저는 1911년 독일 바이에른 주 피츨링에서 태어났다. 1940년 첫 장편소설 유리의 파문을 출간했다. 1944년 반나치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종전 때까지 감옥 생활을 했다. 그리고 1945년부터 1953년까지 노이에 차이퉁의 문예 비평가로 활동했다. 사회, 정치 문제에 저극적으로 개입하여 인본주의, 정의, 자유를 옹호했다. 저서로는 감옥 일기, 늑대 포옹, 완전한 기쁨,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 고독한 당신을 위하여등이 있다.

 

 

의사 슈타인에게 정반대 기질을 지닌 니나 부슈만이 나타난다. 슈타인은 니나가 아직 어린 소녀이던 때부터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기까지 18년 동안 그녀의 인생 곁에서 지켜본다. 슈타인은 니나를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만큼 사랑한다. 니나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녀는 나치즘과 싸우다 투옥되고 자살을 기도하고 아주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소설은 슈타인이 니나라는 한 여자를 통해서 삶의 온갖 잔혹한 이면들을 경험하면서 순간순간을 고통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은 먼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끈을 자르지 못하고 매인 삶을 살아간다. 이는 갈수록 촘촘하게 짜여진 현대사회에서 더욱 분명해지며 우리들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벗어나려 할 때 닥쳐오는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저항은 개인에게 상당한 용기를 요구하지만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이상적인 삶이란 객관적으로 위대한 삶이 아니라, 주인공 니나처럼 현실의 어려움과 곤란을 극복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 “나는 나에게는 없고 그녀에게만 있는 그녀의 순수하고 강한 특성들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다름 아닌 그녀의 용기와 생에 대한 집요한 호기심, 단호함을 말이다.” (p.160) 슈타인은 위대한 사상과 인격을 가졌어도 자신의 삶을 움켜쥐지 못한 데 대하여 한탄한다. 인생이란 무엇이길래 의지로 불타오르는 인간을 변화시키고 인간이란 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길래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삶에 의해 살아지게 되는가를 저자는 보여준다.

 

 

소설 속의 소설인 한나 B의 이야기는 니나의 언니의 독서를 통해 전개된다. 이 책 속의 소설은 작가인 니나의 창작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다름아닌 루이제 린저의 창작관의 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소설 속의 니나의 입을 빌려서 소설의 형식에 관한 자기의 의견을 피력한다. “결혼도 결말이 아니고, 죽음도 결말이 아니다. 생은 계속 흘러가는 거야. 모든 것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아무 논리도 없으며,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생성되고 있어.󰡓(p.149~150) 하지만 니나는 사람들은 거기서 한 조각을 끌어내서는, 간단하게 해버리는 인간이 싫다고 비난한다. 모든 것은 무섭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복잡함을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동적인 것은 안락사 문제에 대한 토론 장면이다. 니나는 국가와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불치의 병자들을 안락사시킬 수 있다는 대다수 동료 학생들의 견해에 반대한다. 불치의 병자이면서도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건강하지만 반사회적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신병을 앓았던 19세기 독일의 시인(흴덜린)도 죽였겠군요하며 분노한다. “전체 민족을 위해 병든 사람들을 박멸한다는 것. 기준이 되는 것은 뭐죠? 모든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p.213) 이는 루이제 린저가 국가반역죄로 체포되어 트라운슈타인 여성교도소에 수감되는 등의 저자의 히틀러 시절 반나치즘 투쟁을 주인공 니나를 통해 표현 하고자 하는 것인가?

 

 

출간되었을 당시 주인공 니나를 추종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통해 니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유명세를 탄 책이다. 삶이 녹록하지 않고 조금은 무기력에 빠져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삶의 한가운데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성찰하게끔 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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