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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글 쓰기 2024. 5. 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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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자세

 

 

 

1954년 중국 태생 다이 시지에가 10대 시절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소설 속 주인공처럼 3년간 시골에서 재교육을 받는 고초를 겪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겪었던 중국의 문화대혁명 소재로 쓴 작품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이원희 옮김, 현대문학, 2005)이다.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 정책의 일환으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낙인찍혀 산골 마을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소년과 그 곳에서 만난 소녀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유머러스하고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다이 시지에는 1954년 중국의 푸잔에서 태어났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돼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산골에서 재교육을 받았다. 마오쩌중이 사망한 후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으며, 1984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학교를 졸업한다. 2000년 프랑스 언론이 극찬한 장편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저서로 D콤플렉스, 중국 나의 고통, 달의 수영선수등이 있다.

 

 

소설 속 나의 아버지는 청두에서 이름난 호흡기 전문의였고, 뤄의 아버지는 마오쩌둥의 이를 치료한 유능한 치과의사이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둘의 부모는 각각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되어 반동분자로 공개 비판을 받는다. 인민의 적의 아들이 된 나와 뤄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식인 재교육 대상자가 되어 하늘긴꼬리닭이란 이름의 두메산골로 추방된다.

 


이 소설은 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1960년대 마오쩌둥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 전역 모든 영역에서 그동안 쌓아온 유산과 유물들을 세뇌된 듯 파괴하고 그걸 생각 없이 따르는 국민들과 이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였다. 이런 엄격히 통제된 사회에서 발자크를 포함한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등 중국어로 번역된 숨겨진 서양문학들을 만나게 되고, 이 책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주인공이들이 더 새롭게 부각된다. 다이 시지에가 이미 밝힌 것과 같이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즉 그 믿음 자체가 배경이 된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마오쩌둥 사상만이 유일했던 그 시절 사랑과 욕망의 서양소설을 읽는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지만 두 소년과 소녀 역시 발자크에게 매료된다. 안경잡이 가방에는 위고, 스탕달, 뒤마, 플로베르, 루소.... 등 많은 서양작가들이 있는데 왜 발자크의 소설을 주된 매개체로 했는지(물론 안경잡이가 맨 먼저 준 책이 발자크지만) 다이 시지에가 발자크를 좋아하는지 책에서 발자크의 위르쉴 미루에가 많이 언급된다. 특히 바느질 소녀가 발자크 책을 접하면서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 장면들을 보면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발자크는 그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 놓은 진짜 마법사야." (p.87) “발자크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야.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걸.”(p.252) 바깥 세상에 눈을 뜨고, 본성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삶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바느질 소녀의 실천 행동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남에게 떠밀려 수동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 광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긍정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 아닐까.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에는 바깥 세상과 단절된 가난과 문맹으로 고통받는 인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의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열정과 유머넘치는 아름다운 일상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다이 시지에는 영화감독이기도 해서 묘사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 있는 장면들이어서 인상적이다. 어둡고 암울한 시기에 책을 통해 소녀는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알고 쉽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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