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이토록 평범한 미래>
평범한 미래
대구 김종협
2022년은 코로나19 확산이 3년째 접어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이어진 어려운 시기였다. 그리고 청춘들이 희생된 이태원 참극까지 겹친 혹독한 한 해였다. 이에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지혜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찾게끔 해주는 책이 있다.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문학동네, 2022)가 그것이다. 상실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인 8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것이다.
김연수는 1993년 〈작가세계〉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스무 살』, 『사랑이라니, 선영아』, 『원더보이』, 『일곱 해의 마지막』,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등이 있다.
8편의 소설들에서 핵심은 미래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언젠가 다가 올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희망은 비극에서 피어날지라도, 각자 처한 현재를 제대로 돌이켜본 다음에야 더 좋은 미래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득한 미래의 시간을 지금 눈앞의 현실적 고려 안에 끼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p.29) 이미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도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을 딛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린다. 소설 속 연인은 삶의 비극과 황홀함을 모두 경험하고 난 다음에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더 좋은 것이 미래에 온다고 상상하며 매 순간의 고통을 버텨낸 결과다.
이 책에서는 기억에 대한 독특한 사유와 바람이 상징하는 바가 곳곳에 숨어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만난 적 없는 사람한테 위로를 받은 후로 그 사람을 계속해서 기억한다. 사랑의 기억은 이별 뒤에도 사라지지 않음을 묘사하는 〈사랑의 단상 2014〉가 또한 그렇다. 한 인간의 육체에 담긴 기억은 유한하지만, 정신에 담긴 기억은 이야기 형식으로 후대에 무한하게 이어진다고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저자는 말한다. 짧은 시간 속에서 비극적일 수밖에 없던 일들도, 무한한 긴 시간 속에서는 낙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타인과 함께 바람에 맞설 때,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바람에 넘어지더라도 타인을 계속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바람이 몰아치는 삶 속에서 비관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존재는 타인이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위로를 건넨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서 친구의 위로가 은정을 살아가게 한다.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세컨드 윈드)이 불어와.” (p.60)
미래를 가까이 끌어당긴 저자의 상상력 안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밝힌다. “고통과 불만족을 겪어내면 이윽고 단순한 기쁨이 찾아온다.”(p.273)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달까지 걸어가는 사람인 양 걷는 사람의 발은 달에 닿아 있다.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가기를 저자는 강조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평범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이 책은 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 이나마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