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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글 쓰기 2024. 4. 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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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로하는 손 여사

 

 

봄날의 개화기는 낭만적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특별한 일이 생기길 소망하게 된다. 매화 향기를 즐기며, 개나리, 진달래 곷피는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싶어진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본다거나 자연의 미를 감상할 여유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대신 책을 통해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줄만한 책이 있다. 김봄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걷는 사람, 2020)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2011세계의 문학신인상을 수상한 김봄의 산문집이다. 손 여사로 특징되는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인 소설가의 살아오면서 겪은 소소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자라면서 고집불통이자 골칫덩어리 딸과 엄마가 갈등을 겪으면서 조금씩 화해하고, 부모와 자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 책은 김봄 작가의 문학론, 인생론 그 자체이다.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쓴 다분히 성찰적인 요소가 깃든 문장들이 독특하다. 저자는 부모가 먼저 살아가고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 살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이 가르치는 논리에 따라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 규범 등에 구속받지 않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을 강조한다. 그래서 내면의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편지를 쓰기도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을 통한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이라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멋진 도구이다. 나는 점점 내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고, 그 문제 안에 있던 보수적인 손 여사와 나의 관계도 직시하게 되었다.”(p.85)

 

 

현재 우리나라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정 정당과 후보를 선택, 지지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보수 부모의 돈으로 자라고, 그 돈으로 학원에 다닌 저자는 진보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서로간에 할 말이 많다. 요즘은 진보, 보수 개념의 말을 잘 쓰지 않고, 여권 후보자, 범야권후보자라 칭하고 있다. 이 책에서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라는 손 여사의 대사가 재미있다. 진보, 보수 가치관의 프레임을 동물인 고양이에게까지 명명해서 부르다니...

 

 

이 작품은 김봄의 가족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보다는 작가의 엄마인 삶을 위로하는 손 여사라는 제목에 더 마음이 끌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지금껏 부모님은 자식이 하는 모든 것들을 지지하고 아껴주신다. 고마운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코자 부모님께 연락하고픈 생각을 들게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잔잔한 감동 속에서 무언가 행동하게 만든다.

 

 

이 책 말미에서 나는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두 다 손 여사 덕분이다.”(p.171)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여운으로 남아돈다. 이 책은 오래된 손 여사의 지혜로부터 배우는 깨달음의 부피와 김봄 작가 자신이 헌신하고 노력해온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봄날에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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