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열정
괴테의 질풍노도 시대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그의 명성을 일약 전세계에 떨치게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안장혁 옮김, 문학동네, 2010)은 1774년 25세에 완성한 작품이다. 아주 젊은 나이에 넘쳐흐르는 정열과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신에 홀린 것 같은 상태에서 집필한 것이다. 빌헬름이라는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고백 형식을 취한다. 젊은 날의 생생한 사랑의 경험에서 나오는 순수한 열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18세 때 첫 희곡 『연인의 변덕』을 썼고, 1773년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1775년 희곡 『스텔라』를 집필하고 1779년에 『이피게니에』를 완성한다. 1786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했고, 나폴레옹과 두 차례 회견했다. 1831년 82세 나이로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한다. 저서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이탈리아 기행』, 『색채론』 등 다수가 있다.
이 작품의 창작 동기는 독특하고 저자가 직접 겪은 사건과 일맥 상통한다. 괴테는 25세 때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를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나머지 괴테는 도망치다시피 귀향한다. 그 후 그의 친구 예루잘렘이 남편이 있는 부인에게 연정을 품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괴테는 신에 홀린 것 같은 상태에서 예루잘렘의 이야기와 자신의 체험을 엮어 불과 14주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성한다. 발표하자마자 세계적인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의 열병 앓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영혼을 울린다.
젊은 날의 사랑의 체험에서 나오는 생명감 있는 열정을 그리고 있다. 어느 산간 마을에 조용한 자연에 묻혀서 우울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찾아 든다. 그는 마을 무도회에서 멋진 춤솜씨를 가진 쾌활한 여인 로테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로테의 손가락이 닿기라도 하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감각이 현혹되는 기분이 드네. 오! 그런데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그녀의 순진무구한 영혼은 모른다네. 친근한 행동이 나를 얼마나 자극하는지를. 그녀의 숨결이 내 입술에 와 닿기라도 하면 난 벼락에 맞은 듯 그 자리에 쓰러져버릴 것 같네.” (p. 58) 무엇보다 욕망의 주체인 베르테르와 틀에 갇힌 억압 기제인 사회 질서 간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베르테르라는 주인공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다. 이는 당시 사회의 가치 척도인 신분, 도덕성, 결혼 상태 등과 충돌한다. 즉 정략결혼의 틀에 묶여 있던 귀족 계층과는 달리 사랑이 핵심적인 가치로 작용하는 계기를 보여준다. 지배적인 결혼 제도에 대한 사랑의 신성함 내지 욕망의 자연스러움을 드러낸다. 인간은 사랑보다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없는 것일까.
베르테르와 알베르트 간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구성에 복선적인 상징성을 담고 있다. 알베르트는 자살이란 비이성적인 행동이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탄한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이런 알베르트의 말에 대해 지나치게 이성적이라고 비판한다. “고통의 한계를 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건 사람이 강하다든가 약하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비겁자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p.73) 베르테르는 상황에 따라서 자살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베르테르는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기 구원의 유일한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연인 선택에서 사랑이 가장 고귀한 동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사회는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고 정절이라는 윤리적 규범을 강조했고, 결혼 그 자체는 변화 불가능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요 쟁점은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의 내적 당위성과 사회 통념의 도덕적 규범 간의 대립인 것이다. “알베르트가 당신의 남편이라! 그것은 현세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죠. 당신을 가로채려는 것이 죄가 된다고요? 그 죄를 천상의 희열로 맛보겠습니다. 오 로테! 나 먼저 갈게요!” (p. 181)베르테르는 자살을 택함으로써 이성중심주의, 윤리적 제약과 남의 약혼녀라는 제약의 감옥에서 벗어난다. 이는 당시 괴테와 같은 젊은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었던 운명이자 젊은 날의 초상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편지 형식 서술은 베르테르의 내적 변화를 잘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이다. 또한 독자에게 보내는 편집자의 말은 이해하는대 도움을 주는 수단이 된다. 베르테르는 세상을 떠날 때 푸른 연미복과 노란조끼 그리고 장화를 입고 있었다. 이는 베르테르가 로테와 처음 춤을 추었을 때 입었던 옷이었다. 당시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작용했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모방 자살 신드롬이 생겨 날 정도였다. 괴테의 사상과 사랑이 담겨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 본다면 우리 영혼에 뭔가를 던져 줄 것이다.